철(Fe)로 만든 초전도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표면 전자도핑으로 철 화합물 초전도체 성능을 개선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김창영(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부연구단장 연구진은 철-닉토겐 초전도체에 알칼리금속인 칼륨과 나트륨 원자를 표면에 붙여 전자 도핑하는 방법을 최초로 적용해 임계온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1987년 구리화합물 고온 초전도체 임계온도 35K(영하 238도) 이상을 발견한 요하네스 베드노르츠와 카를 뮐러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과학계는 구리화합물 초전도체 임계온도를 133K(영하 140도) 이상 끌어올리며 상용화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희토류 원소가 들어가 제작단가가 높고, 대량생산 시 균일한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워 제한적 상용화만 가능하다.
최근에는 철-닉토겐 화합물 초전도체와 철-칼코겐 화합물 초전도체 등 철을 주재료로 한 초전도체 연구가 활발하다. 비용이 저렴하고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아주 소량의 불순물을 넣어 전자나 정공을 추가하는 도핑으로 철 화합물의 전자기적 성질을 바꿔, 초전도 임계온도를 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화합물 내 자유전자들을 산란시켜 초전도 성능 저하(임계온도 하락)를 일으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원자를 넣지 않고 전자만 도핑하는 방법이 고안됐으나, 증착이 손쉬운 철-칼코겐 초전도체에만 적용됐다.
연구진은 철-닉토겐 초전도체에 해당 기법을 적용했다. 초전도체 성능 잣대인 임계온도를 24K(영하 249도)에서 41.5K(영하 231도)로 끌어올렸다. 철 화합물 초전도체 상용화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
연구진은 철-닉토겐 초전도체 임계온도와 전자의 운동량·운동에너지 측정값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초전도성 발현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네스팅 조건`이 관련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철-칼코겐 초전도체와 철-닉토겐 초전도체의 초전도성을 동일한 원리로 설명하는 이론 토대를 마련했다.
네스팅 조건은 철-닉토겐 화합물에서 관찰되는 서로 다른 두개 페르미면이 얼마나 유사한 모양을 가지는가를 보고 둘 모양이 비슷하면 조건이 좋다, 많이 다르면 조건이 나쁘다고 칭하는 것이다. 조건이 좋으면 임계온도가 높고, 나쁘면 임계온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겨졌다.
김창영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철 기반 초전도체는 대량생산 시에도 초전도성을 균일하게 발현할 수 있고, 제작비용도 저렴한 것이 장점”이라며 “임계온도가 높은 철 초전도체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8월 16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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