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인증 업무, 반세기만에 민간이관 검토

국립전파연구원이 담당하는 전파인증 업무를 민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민간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나라와 형평성을 맞추고,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한 취지다. 신뢰성 저하 혹은 업체 독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립전파연구원이 전파인증 업무의 민간 이관 관련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방향성을 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ICT정책해우소에서 진행한 논의 후속조치다.

당시 해우소에서 인증 업무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전파연구원이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배경이다.

반세기동안 국립전파연구원이 담당해온 전파인증 업무를 민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주로 민간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나라와 형평성 유지, 신속한 업무 처리가 목적이다. 신뢰성 저하나 업체 독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디지털 기기 전파인증 모습.
반세기동안 국립전파연구원이 담당해온 전파인증 업무를 민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주로 민간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나라와 형평성 유지, 신속한 업무 처리가 목적이다. 신뢰성 저하나 업체 독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디지털 기기 전파인증 모습.

인증 업무 민관 이관 주장은 10년 전부터 나왔다. 이관을 주장하는 진영은 제조사 품질 수준이 향상됐고, 민간 시험기관 기술력도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는 민간에서 전파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국가 간 형평성 이슈도 거론된다.

신속한 인증 업무로 시장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민간 인증기관을 복수로 지정해 업무를 수행하면 인증이 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는 민간에 맡기고, 국가는 정책이나 제도의 사후관리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론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가가 담당할 때보다 인증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민간 인증기관이 늘어나면 품질보다 수익 확보 경쟁에만 치우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통신장비 업체 대표는 “민간 인증기관은 인증할 수 있는 자격만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 확보를 위한 영업을 해야 한다”며 “인증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가 `A기관 인증서만 접수한다`는 등의 폐단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파인증 업무, 반세기만에 민간이관 검토

미래부는 타당성 검토 차원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전파인증 업무를 민간에 이관하려면 전파법 수정 등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MRA)`에 따른 국가와 기업 간 역학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 전파 전문가는 “이미 시험 업무는 민간이 수행하고 있고, 국가는 인증만 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민간으로 이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이관을 한다면 이미 보편화돼서 민간에서 인증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제품 위주로 구분을 지어 이관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파인증은 전파를 발생하는 기기의 전자파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전파법 제58조의2에 따르면 방송통신 기자재, 전자파장해를 주거나 전자파에서 영향을 받는 기자재를 제조 또는 수입하려는 자는 적합성평가(적합인증, 적합등록, 잠정인증)를 받아야 한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설립 2년 후인 1968부터 전파인증(적합인증) 업무를 수행해왔다. 10여년 전부터는 국가가 지정한 44개 민간 시험기관이 기기 테스트를 진행, 결과 서류를 전파연구원에 제출해 인증을 받는 형태로 유지돼왔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