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전자상거래 협력 강화가 정상간 공감대 형성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지만 수개월째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양국 단일 전자화폐 도입 등 세부 방안까지 제시됐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져 협력 강화는 더 어려워졌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5월 인천시가 중국 웨이하이시에 단일 전자화폐 `위코인(WI Coin)` 구축을 제안했지만 이후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코인은 선불식 교통카드처럼 양국 주요 도시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다. 인천시는 중국이 제안한 디지털 교류 촉진사업 `온라인 실크로드` 일환으로 위코인 구축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정부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계획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위코인은 결국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실현 가능한 사업”이라며 “금융 감독과 연계됐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 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온라인 실크로드` 제안에 앞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한중일 디지털 싱글마켓` 사업도 추진이 더디다. 작년 11월 3국 정상은 온라인 시장이 역내 교역 수준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 전자상거래 시장 단일화에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3국은 `큰 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지난해 마무리 하고 최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상,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중국·일본은 관심이 크지 않아 디지털 싱글마켓 조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조차 조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중국은 한국과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 보안이 위협 받을 수 있고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수입을 크게 앞선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수출액은 4974억원인 데 이 가운데 중국에 판매한 비중이 75%(3732억원)다. 반면에 우리가 수입한 금액(4118억원) 중 중국에서 구매한 비중은 8.1%(332억원)에 불과하다.
여건상 중국과 전자상거래 협력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결정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당분간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인천시도 사드가 위코인 사업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실크로드는 원래부터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며 “하반기로 계획한 실무협의는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