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주요 업종 중심으로 수입 규제 대응을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경기 침체 여파로 철강, 화학 등 공급 과잉 품목 중심으로 수입 규제 움직임이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수입 규제는 31개국 총 179건에 이른다. 이미 규제되고 있는 132건을 포함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47건이다. 규제 형태별로는 반덤핑이 125건으로 가장 많고, 나라별로는 인도(32건)와 미국(23건)이 30%를 차지했다.
실제 우리나라 철강 제품은 반덤핑 제재 타깃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인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고 최고 55%에 이르는 관세율을 부과했다. 이 같은 관세율이 최종 판정까지 이어질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 수입 규제 절차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초기 단계부터 동향을 공유하고 민·관이 공동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수입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국내 인프라 차원에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동종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 간에도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입 규제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 지원 강화와 함께 관련 정보 수집·전파 활성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해외 주요 공관에 수입 규제 현지대응반을 설치, 현지 교섭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수입 규제와 함께 무역기술장벽(TBT) 등 비관세장벽에 대한 대응도 더욱 적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관세장벽은 실제가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TBT 통보문은 73개국에서 총 1989건이 발행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83건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가운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수출 장벽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기술 규제 정보 수집조차 쉽지 않은 개발도상국 규제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도 우려스럽다. 지난해 신규 규제 가운데 신흥국이 통보한 건수는 1124건으로 전체의 80%에 육박했다.
분야별로는 식품·의약품 분야가 신규 규제 가운데 36%를 차지, 비관세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으로 관세 장벽이 낮아지자 TBT 등 비관세장벽을 활용,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WTO 정례회의와 주요 교역국과의 양자 회의 등을 통해 우리 입장을 반영하고 업계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비관세장벽 극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
양종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