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젠 `에너지 독립`을 논할 때다

[기고]이젠 `에너지 독립`을 논할 때다

`에너지 독립`이란 필요한 에너지를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쓴다는 개념이다. 에너지 자립 대신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인 독립이란 용어를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이 수요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종속국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경제 성장과도 직결돼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관리, 에너지 절약 및 이용 효율성 향상에 의한 에너지 수요 관리를 병행하는 방법뿐이다.

특히 자연을 이용하는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는 에너지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가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과 노력은 어떠했는가.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과 2000년대 초 금융위기의 쓰라린 경험에도 에너지 문제 해결 노력은 미흡했다. 산업 창출 및 경제 성장과 연관된 필요성, 중요도 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장기 안목의 에너지 독립보다 해외 자원 확보 등 한시성 자립도 향상에 치우쳤다. 많은 논란을 거쳐 설정된 국내 보급 목표도 2035년까지 총 에너지 수요 11%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원별 비중이 폐기물 등에 편중돼 있어 재생에너지의 이점을 반감하고 있다.

2015년 말 열린 COP21 파리협약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자발 목표 37%도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성과 실천 방안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우리 정부도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신산업 확산 방안 정책 등을 수립했지만 에너지와 환경 위주 정책이기보다는 산업에 종속된 개념으로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이젠 모두 힘을 합쳐 `에너지 독립`을 논의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인식 변화와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독립`의 필요성과 시의성,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세부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에너지 프로슈머 개념을 확대하고 분야별 에너지 수요와 이용 효율 실태를 감안한 에너지 절약 방안, 재생에너지원별 기술 개발 및 보급의 우선순위 설정, 사회 환경, 경제성 기대 효과의 정량 분석을 내용으로 한 에너지 독립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립된 정책에 따라 국가 목표를 효율 높게 달성하기 위한 산·학·연 공동 연구와 국제협력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 대응 방안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100% Renewable Energy`를 수행, 에너지 독립 관련 정책 연구와 연계돼야 한다. 그리고 고비사막 지역에 GW급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협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이를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점차 확산시켜서 궁극의 글로벌 그리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협력 사업이 실현될 경우 풍부한 일사량과 풍력 자원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원활한 전력 수급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 탄소 시장 확보뿐만 아니라 에너지 신산업의 창출·고용 및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발전 용량이 한국의 28분의 1에 불과한 북한에 값싼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전력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황사와 사막화 방지, 물과 식량 자원 확보 등 사회 환경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염원인 에너지 독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실천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나아가 분산된 에너지와 환경 정책을 효율화 및 체계화해서 수행할 수 있는 정부 내의 통합된 에너지 전담 부서와 민간기구가 창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들의 동의와 참여를 얻기 위한 공감대도 확산돼야 한다.

송진수 신라대 교수 jssong@sill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