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최초로 은행과 통신사가 연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시작한다. 상당수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무상에 가까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어서 그동안 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던 영세 기업에 유용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 KT가 핀테크 기업 인프라 지원을 위한 `핀테크 클라우드`를 24일 오픈한다.
핀테크 클라우드는 상당수 핀테크 기업이 금융기관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농협은행과 KT는 24일 업무협약(MOU)를 맺고 실질 보안이 강화된 기업용 클라우드 존을 구성할 계획이다. 핀테크 기업은 이 클라우드 존을 통해 기본료(보안장비 사용비용) 월 70만원을 NH농협은행으로부터 지원받고 기업은 사용료만 내면 매월 5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등 정보통신기술(ICT) 자원을 통신망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침입방지시스템(IPS), 방화벽(FW), 가상사설망(VPN), 보안관제 서비스 등을 일괄 지원한다.
지난 4월 농협의 금융API 이용에 대한 보안가이드 기준이 제시됐지만 실제 핀테크 기업은 비용 부담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비용이 다소 저렴한 해외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핀테크 기업도 있지만 보안 이슈로 인해 금융API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핀테크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보안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에 핀테크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상당수 스타트업의 보안투자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ICT 활용 패러다임의 세계 기류는 정보시스템을 자체 구축하는 방식에서 서비스 이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의 40% 이상, 일본은 33%의 기업이 이미 클라우드를 도입·이용하고 있다.
국내도 범정부 차원의 `클라우드발전법` 시행으로 금융 등 법령에서 클라우드 도입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핀테크 클라우드는 금융권 클라우드 규제 완화에 대한 `실험대`로서 큰 의의가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한 금융권 클라우드를 활용해 상당수 스타트업이 좀 더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또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보안 사전 점검으로 사업 심사 기간 등이 최대 2주 정도 단축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고시된 공공기관용 정보 보호 사항에 따르면 클라우드 이용 시 실제 위치는 국내 한정으로 명시했다. 해외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은 API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KT도 클라우드 서비스 규제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권 클라우드 규제 완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태스크포스(TF)로 참여, 감독 규정 개정 등에 나섰다.
농협 스마트금융 관계자는 “기업용 클라우드 존을 이용해 보안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API 이용 기업 수 증대와 보안점검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핀테크 클라우드 지원 현황(자료- 본지 취합)>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