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적합성평가 기준을 높이고 있다. 중국도 우리와의 경쟁 분야에서 자국 산업 보호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빠른 제품 주기가 특징인 ICT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대응책이 없으면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관세장벽은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관련기사 4·5면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부터 새로운 `전파통신(RED) 지침`을 시행한다. 종전까지 공급자가 자체 적합 선언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적합성 평가 기관이 기술문서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적합성 평가가 업계 자율에서 승인제로 바뀐 것이다.
EU는 또 2018년 6월 `유통 전(前) 제품 등록제도`를 도입, 사전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제도는 EU 집행위원회가 정한 제품군에 대해 해당 제품을 출시하기 전 중앙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출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백종현 한국표준협회 책임연구원은 “유럽은 2년에 한 번씩 사후관리 제도를 점검한다”면서 “RED 지침이 바뀌면서 수신기기와 셋톱박스 같은 제품은 규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젠 규제 대상에 포함됐고, 세부 제품군 확정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적합성평가 절차에서 공인시험 기관을 활용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적합성평가 절차와 관련해 연방통신규정 내에 산재돼 있는 각종 시험측정, 방법, 절차 규정을 통합해 연방표준으로 제정했다. 국제 기준에 따른 시험기관 재인정도 실시했다.
중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기술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합성 평가는 제품, 공정 또는 서비스가 규정된 요건을 만족시키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전 세계로 자유무역체제가 확산되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할 비관세장벽의 하나로 대두됐다. 적합성 평가는 자국 시장 신뢰도 향상과 소비자 보호가 우선 명분이지만 교역 상대국에는 수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ICT 산업은 12개월에서 18개월에 불과한 빠른 제품 주기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다국적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사용자 안전 등이 중요해 적합성평가제도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
임완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무역규제정책과 연구관은 “적합성 평가제도는 중요한 무역기술장벽(TBT)의 하나로, 환경 보호와 소비자 안전을 내세우더라도 충분히 수출 규제가 될 수 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국가 간 협력으로 TBT를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보통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것을 다른 나라 인증 기관에 맡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인증체계가 바뀌면 수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가 간 협력 등 사후 대응에 앞서 업계 현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관은 “인증 제도가 강화되면서 고충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업계 기술 수준에서는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면서 “업계 현황 파악 후 상대 국가 요구 조건 완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신중함을 요구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