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단 설립 3주년을 맞으면서 성과를 알려야 하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도 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서 중요 성과도 나오고 있다. 공사다망한 가운데 아들 혼사도 있었다.
국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수행하느라 바쁜데 연구성과까지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바빠졌다”며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를 걷고 있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자리다. 국 이사장은 “처음 재단을 설립할 때 삼성에서 나와 최 장관을 포함해 5명에게 재단 운영 철학과 시스템을 온전히 맡겼다”며 “우리는 연구자에게 `자율`을 주면서 새 아이디어를 내고 도전적 과제를 하는 곳에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연구 지원은 `메리트 베이스(Merit Base)`였다. 연구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 연구비가 돌아갔다. 하지만 재단은 `아이디어 베이스(Idea Base)`를 선택했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연구에 주목한 것이다. 대신 아이디어 심사를 국내외 석학들이 몇 단계를 걸쳐 엄격히 진행한다. 과제 선정 심사위원에는 노벨상 수상자와 수학 분야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메달 수상자도 있다.
국 이사장은 “선정 과제 중에는 `지금 당장 미국에서 교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있었다”며 “외국 패널은 철저하게 비밀이지만 아이디어를 도용할 우려가 없는 지긋한 연세의 과학자들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과제가 선정되면 추후 정량적 평가는 하지 않는다. 논문, 특허 건수도 따지지 않는다. 대신 `모니터링` 평가를 한다. 프로그램 디렉터가 연구실을 방문하는 등 정성적 평가를 한다.
국 이사장은 “연구는 보여주기 위한 것, 시류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성공`이 중요하다”라며 “실질적 성공은 노벨상에 도전할 만한 연구가 나오고 사업화가 가능하며, 가치있는 특허가 나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는 연구자 허락하에 삼성에서 벤처캐피털(VC), 엔젤투자자 등을 연계해준다. 엑시트 플랜까지 맞춤형으로 연구자에게 제공한다. 그는 “금방 성과가 안 나와도 좋으니 우리는 접근을 달리해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선 “국력이 약해서 못받는다는 것은 핑계다. `첫 번째` 잘하는 사람은 갑자기 튀어나온다. 조성진, 김연아 등이 그렇다. 우리는 누구 한 명이 성공하면 자신감을 갖는다”며 “투자를 해야 노벨상이 나온다는 것은 착각이다. 인기 있는 연구만 쫓아다니면 노벨상은 영원히 못 받을 것이다. 접근 방법 자체와 과학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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