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사는 최 모씨는 테슬라 `모델S`를 큰 맘 먹고 사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맘에 드는 차가 없어 전기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모델S 사전 예약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하게 됐다”며 “충전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에 주행거리 장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테슬라가 전기차 모델X·모델S 2종 한국판매를 시작했다. 내년 말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출시에 앞서 주력 고가 모델의 온라인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SNS를 활용한 모델3 깜짝 이벤트를 벌인지 4개월 만이다. 주춤했던 한국 전기차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전망이다.
지난 19일 오후 테슬라가 한글로 된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하자 각종 SNS와 온라인은 주말 내내 뜨거웠다.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를 처음 발견한 강 모씨가 페이스북 `테슬라코리아 클럽`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자마자 일파만파 소식은 퍼졌다. 모델S 등 시승 예약을 신청했다는 글이 쏟아졌다.
한국 판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델S·X 가격은 대당 1억~2억원에 이른다. 입소문은 빠르게 번졌지만, 예약 구매까지는 아직 신중한 사람이 많았다. 테슬라코리아 충전인프라 구축 계획이나 차량 인수 조건·시간과 향후 서비스 정책까지 지켜보며 구매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테슬라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모델3 사전 예약은 한국에 있어서 테슬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모델S는 올해 말에, 모델X는 2017년에 시승이 가능하고, 모델3은 2017년 내에 인도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급조된 듯 만들어진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구성과 내용은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듯한 인상까지 풍겼다. 테슬라 전용 충전소인 `슈퍼차저` 위치를 알리는 지도에는 `동해` 대신 `일본해`로, `독도`를 일본식 `竹島`도 아닌 `죽도`로 표시했다.
사전예약 페이지 안내문에 `Tesla에 많은 관심을 갖아주셔서(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전 예약에는 예약금 결제가 필요하며 이 사전 예약을 하시므로 귀하의 구매 우선순위를 보장하실 수 있습니다. 차량 그레이드와 ?션(옵션)의 선택이 가능하게 되면 저희가 연락드리겠으며 차량을 구성하실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만약 차량 주문을 안하실 경우에는 예약금은 전액 환불이 됩니다`라고 표기했다.
전기차 업계와 시장 측면에선 기대가 높다. 한 관계자는 “테슬라 주력 모델 한국 판매로 시장 전체 분위기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판매 정책도 없이 사전 예약을 받는 건 납득하기 어렵고, 홈페이지 내 잘못된 한글표기는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테슬라모터스는 19일 공식 한국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모델X·S` 온라인 예약판매와 시승예약에 들어갔다. 미국 본사 홈페이지에서 운영했던 `모델3` 사전예약 페이지도 한국어 버전으로 함께 개설됐다. 테슬라코리아는 모델S·X·3 사전 구매 예약금을 각각 200만원, 500만원, 100만원이라고 밝혔을 뿐, 관심을 모았던 차량별 판매 가격이나 구체적 인도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가 사전 구매예약 직접 해보니
기자가 직접 `모델S` 사전 구매 계약을 해봤다. 예약 절차는 1억원 수준 고가 차량을 선택하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전에 신속하고 빨리 이뤄졌다.
시작과 함께 한글과 영문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후 일반 계약에서 흔히 나오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예약계약 상세조건 동의를 체크해나갔다. 이후 예약금(200만원) 결제 방식 선택 후 결제 정보와 청구지 주소 기입을 거쳐 `사전예약` 버튼 클릭과 동시에 결제가 이뤄진다. 여기까지 사전계약 끝이다.
종료 페이지에는 해당 차량 인도시기는 2017년 상반기라고 돼있으며 실제 구매 계약 전까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문구도 적혀있다. 다만 차량 가격과 인도시기를 여기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계약서를 보면 실제 차량 인도는 테슬라 향후 안내에 따라 사양·옵션 결정 후 최종 구매계약(결제 포함)을 맺은 다음 이뤄진다. 이 과정에 읽게 되는 예약계약서 내용은 특별했다. 일반적인 수입차 구매계약과 달리 테슬라 본사가 계약 당자사다. 통상 수입차는 판매·AS망을 갖춘 딜러사와 계약하지만 배터리 전기차 특성상 본사와 직접 하도록 했다. 테슬라가 아웃소싱을 하지 않고 전기차 판매부터 충전인프라·AS까지 직접 맡겠다는 뜻이다.
차량 인도 방식도 달랐다. 테슬라 구매방식은 계약주문 생산제다. 소비자가 선택한 차 생산은 예약금을 제외한 차 구입비 입금과 동시에 진행된다. 차량 생산 지연이 있을 수 있지만 재고 부담은 적은 구조다.
예약계약서는 일종의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 우선자격을 부여권이다. 사전 예약계약 후 각종 개인 사유로 구매를 포기할 때는 구매 우선자격권을 단번에 박탈하지 않고 1회에 한해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취소 시에는 예약금 전액을 돌려준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취소 통보 후 언제 돌려준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