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결합이 유료방송 결합상품 대책에 포함된 건 지난해 8월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동등결합 활성화 방안을 포함시켰다. 법조문으로만 존재하던 동등결합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방통위는 지난 4월 6일 `결합판매의 금지행위 세부유형 및 심사기준 일부개정` 고시를 관보 게재했다.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상품을 케이블TV 결합상품에 의무 제공하고 자사 결합상품과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 제도 개선안에서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는 선언성이라는 점에서 큰 진전은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세부 실무 규칙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다. 가입자 정보를 공유하고 전산을 새로 개발하는 등 만만치 않은 난관이 기다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4월 말부터 정부와 SK텔레콤, 케이블TV가 머리를 맞댔지만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중요한 계기는 역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무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TV의 최대 약점인 `모바일 경쟁력 부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케이블TV는 `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힘을 한 데 모으자는 `원케이블` 원칙 아래 뭉친 케이블TV는 지난 15일 SK텔레콤에 동등결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이 23일 이를 수락하고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동등결합 문제는 새 국면을 맞았다.
케이블TV와 SK텔레콤이 간신히 접점을 찾았지만 양측에서 느껴지는 온도차는 상당하다. `적과의 동침`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작지 않다. 동등결합 제품을 누가 판매할 것인지, 요금은 누가 결정할 것인지 등 매우 민감한 경영 요소가 다수 포함됐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한 동등결합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