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 합작 8K TV 이르면 내달 나온다

이노룩스 LCD 출시…中 TV업체는 하이센스인 듯

중국과 대만이 손잡고 이르면 다음달 8K LCD TV를 양산한다. 지난해 일본 샤프가 85인치 8K 디스플레이와 TV를 한정 생산했지만 대규모 양산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이른바 `차이완(차이나+타이완) 합작`으로 8K 프리미엄 패널과 TV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대만의 양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이노룩스와 AUO 관계자에 따르면 이노룩스는 65인치 8K 패널 양산에 들어갔다. AUO는 내년 2분기부터 65인치 8K 디스플레이를 대량 양산한다.

이노룩스 관계자는 “오는 9~10월 중국 TV 제조사가 이노룩스 8K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세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TV업체는 하이센스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하이센스, 창훙 등 다수의 중국 TV 제조사가 8K TV를 전시했다. 일찌감치 4K 기술을 준비해 온 일본 TV 제조사도 8K 시대 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대만 이노룩스가 터치타이완 2016 행사에 전시한 65인치 8K 디스플레이. 이노룩스는 올 4분기에 100인치 4K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한다. (사진=전자신문DB)
대만 이노룩스가 터치타이완 2016 행사에 전시한 65인치 8K 디스플레이. 이노룩스는 올 4분기에 100인치 4K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한다. (사진=전자신문DB)
대만 AUO가 터치타이완 2016에 전시한 65인치 8K 디스플레이. 퀀텀닷 필름을 적용했으며 베젤을 최소화한 베젤리스와 커브드 형태를 갖췄다. (사진=전자신문DB)
대만 AUO가 터치타이완 2016에 전시한 65인치 8K 디스플레이. 퀀텀닷 필름을 적용했으며 베젤을 최소화한 베젤리스와 커브드 형태를 갖췄다. (사진=전자신문DB)

이노룩스에 이어 대만 AUO는 내년 2분기부터 65인치 8K 패널을 대량 양산한다. AUO는 곡면과 베젤 없는 패널을 내놓기로 하고 TV 제조사와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은 과거 4K UHD 시장 초기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먼저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경험이 있다. 현재 4K UHD 시장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가고 중국이 추격하자 다시 8K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초대형 8K 기술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BOE는 98인치 8K 패널과 베젤 두께가 3.8㎜에 불과한 65인치 8K 패널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82인치 10K 커브드 TV용 패널도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 화질 개선 기술이 더 필요하다.

대만과 중국이 합작하거나 독자 힘으로 8K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대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한국, 일본을 따돌리고 8K 시장에 먼저 진입하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8K TV 시장 확산에 가세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8K TV로 TV 시장 패권 탈환을 노린다. NHK는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 8K 시험방송도 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데이터 압축, 음향 등 8K TV에 필요한 신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반면에 한국 디스플레이와 TV 업계는 다소 소극 대응을 하고 있다. 8K TV가 대량 양산할 정도로 시장 수요가 있는지, 수익성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화면이 커져야 효과가 있지만 소비자가 구매 가능한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8K 패널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아직 세부 양산 계획은 잡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55인치와 98인치 8K 디스플레이 개발을 마쳤다. 하지만 양산 계획은 아직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도 98인치 8K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개발했으나 실제 양산 계획은 미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TV 세트와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인 한국 기업이 굳이 8K로 기술 경쟁을 하기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퀀텀닷 등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다른 기술 요소로 차별화 전략을 이어 나갈 것으로 봤다. 디스플레이 크기보다는 화질 위주 경쟁에 중심을 두는 게 기술 차별화와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등 화질을 개선하는 신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할 핵심 경쟁 요소다.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반 사용자가 보기에 4K와 8K를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높은 가격대도 8K 대중화 걸림돌인 데다 8K에 최적화된 콘텐츠, TV용 부품 등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