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공항 입점 면세점, 식당 등 가맹점을 통합관리해 주겠다며 진행한 정보서비스 사업이 탁상행정으로 입점 가맹점만 골탕을 먹고 있다.
초기에 장비 무상 지원을 약속했지만 고가의 유료 장비를 입찰 사업자와 담합해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상업시설 통합매출 정보서비스 운영사업` 과정에서 가맹점에 장비 무상 지원을 약속하고도 장비를 고가에 유상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입점 가맹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공사는 운영사업 입찰 공고를 내면서 사업자 선정 조건으로 가맹점 장비 지원과 전산개발비 등을 가장 많이 내는 기업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기업이 참여했고, 결국 N사 컨소시엄이 50억원 이상의 지원비를 약속해 사업자로 확정됐다.
밴사와 개별로 계약을 맺고 있던 입점 가맹점에도 입찰사업자가 장비 등을 무상 지원할 것이라고 통합정보 서비스사업 참여를 종용했다.
마지못해 입점 가맹점은 기존의 밴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공항공사 정보서비스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이 시행되자 태도가 돌변했다. 공사와 N컨소시엄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발효돼 무상으로 장비를 지원할 수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결국 대다수의 공항 입점 가맹점은 자비를 들여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등 결제 장비를 구매해야 했다. 그것도 국산 장비가 아니라 공사와 N사 등이 지정한 외산 장비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설치했다.
한 가맹점주는 “당시 입찰 과정에서 가맹점 등의 반발이 예상되자 장비 무상 지원 등을 내걸더니 이후 모든 책임을 가맹점에 전가,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상당수 가맹점주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N사가 장비 지원 명분으로 제출한 50억여원의 자금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
공사와 N사는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이 발효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찰 계약 당시 공사 측은 `인천공항공사는 여신전문업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상 지원 등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N컨소시엄 측은 “입찰자로 선정된 이후 여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장비 등을 무상으로 지원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공사 측이 문제될 게 없다면서 무상 지원을 몇 차례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 담당자는 “입찰 진행 당시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면서도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법이 개정된 만큼 장비를 유료로 가맹점이 설치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에 밴업계는 당시 입찰 설명회 때도 입찰 조건 등이 여전법에 위배되는 사안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를 공사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사업은 공사가 가맹점을 볼모로 전산 업그레이드 등 자사 이익만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밴사 관계자는 “여전법 대상이 아니라며 가맹점과 밴사를 설득하더니 결국 탁상행정으로 애꿎은 가맹점과 여러 밴사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성토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