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400조7000억원 예산을 일자리 창출, 경제 활력 제고에 집중 투입한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 분야에 올해보다 5.3% 많은 130조원을 투입한다. 문화 부문 예산도 6.9% 늘려 7조100억원을 편성했다. 연구개발(R&D) 분야는 내년 1.8% 증액(19조4000억원)에 그쳤다. 에너지 등 산업 부문 예산은 2% 줄여 15조9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과 `2016~2020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연간 예산은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겼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300조원을 넘긴 후 6년 만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내년 중점 투입 분야는 일자리와 경기 부양이다.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올해(123조4000억원)보다 5.3% 많은 130조원을 투입한다. 전체 예산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130조원 가운데 일자리 예산이 작년보다 10.7% 늘어난 17조5000억원이다. 게임·가상현실(VR) 등 청년 선호 일자리 창출 지원 확대, 창업 전 단계를 지원하는 `창업성공패키지` 도입 등이 눈에 띈다.
매년 5~10% 증가율을 보이다 올해 처음 제자리걸음한 R&D 예산은 내년에도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보다 3000억원 많은 19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혁신 국가 전략기술 확보를 위해 9개 R&D 프로젝트에 3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노력할 방침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그동안 R&D에 투자는 많았지만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고, 집행 효율성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올해에 비해서는 2017년 증가율이 높아졌고, 전문가들도 R&D 증가율 정상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줄어든다. 올해(16조3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어든 15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에너지·자원개발 부문과 산업금융지원 부문 예산이 깎였다. 최근 감소 추세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내년에도 올해보다 8.2% 줄어든 21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올해보다 5000억원 많은 7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2001년도 1조원에 불과하던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사상 처음 7조원을 돌파했다. 일자리·지방행정(증가율 7.4%, 내년 63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총 12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인 6.9%다.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 구현`을 임기 마지막까지 챙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4.0% 많은 40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모든 병영생활관에 에어컨을 보급하는 등 장병 생활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외교·통일 분야는 1.5% 줄어든 4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개성공단이 지난 2월 가동이 중단, 관련 예산이 줄었다.
정부는 2017년도 예산안을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다. 여야는 이날부터 예산안 심의에 착수하며, 12월 2일까지 통과시키지 못하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안대로 자동 확정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