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생산·소비·투자가 줄줄이 감소했고, 제조업 체감경기 지수도 6개월 만에 하락했다. 특히 소비는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9월 경기도 암울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초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기준 전체 산업생산, 소비,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7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해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5월과 6월 전체 산업생산은 각각 2.0%, 0.6% 증가했다. 7월 광공업 생산은 늘었지만(1.4% 증가) 서비스업 생산이 부진(0.7%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줄어든 것은 1월(1.2% 감소) 이후 6개월 만이다.
7월 소비(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6% 감소했다. 소비 감소폭은 2014년 9월(3.7% 감소)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전월보다 9.9% 감소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6월로 종료되며 소비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7월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31.5% 감소) 투자 등이 줄어 전월보다 11.6%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폭도 2003년 1월(13.8% 감소) 이후 최대다. 개소세 인하 당시 자동차 부문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다만 건설 부문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월에 실행된 건설투자를 뜻하는 건설기성은 1.3% 증가했다. 건설수주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4% 늘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8월 업황 BSI는 71로 전월보다 1P 떨어졌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보다 그렇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황 BSI가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65에서 2월 63으로 내려간 후 6개월 만이다. 3월에는 68, 4~6월에는 71, 7월에는 72를 기록했다.
한은은 1차금속과 석유업종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영향을 받는 조선·기타운수도 33으로 7P 하락했다. 반면에 전자·영상·통신장비는 7월 76에서 8월 77로 상승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월 제조업 업황 BSI 전망은 74로 8월보다 3P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 기대가 소폭 커지지만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 BSI도 95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추석 특수,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소비심리와 미국 금리인상 이슈 등이 기업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 경기는 지속 악화하고 있다. 상반기 미약하게나마 감지됐던 개선세 마저 사라졌다. 업계는 수출 부진 지속과 조선업 구조조정, 김영란법 시행 등 국내 요인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로 주요 경기지표 악화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2.8%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안 처리 지연, 자동차 파업 등 영향으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회복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산업생산 동향 (단위:%)>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