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다부처 협동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4차 산업혁명 주역인 바이오를 첨단화하기 위한 발전 방안이 모색되면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탄력을 받는다. 기로에 선 국내 바이오산업이 세계 수준인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날개를 달지 주목된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고성장세다. 세계 바이오시장은 2014년 기준 1조4000억달러(약 1563조원)에서 2024년 2조6100억달러(약 291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반도체, 화학제품, 자동차 시장(약 2891조원)을 합친 것보다 크다.
◇복지부, 최초 바이오산업 육성 종합대책 발표…산업 활성화 선봉
“조만간 발표 예정인 바이오헬스 육성방안은 정부가 마련하는 최초 종합대책입니다. 의료기기, 제약, 화장품, 서비스 등 전 영역을 망라해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에 발표하는 바이오헬스 육성방안이야 말로 우리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대변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꾸준히 지원을 해왔던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태동기 산업은 성장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이 국장은 “제약과 의료기기, 화장품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만들어주고, 정밀·재생의료는 성장기반을 만들 예정”이라며 “정량적으로 성장목표를 설정하기 보다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세계 7대 바이오강국 실현을 목표로 올해 초부터 강도 높은 규제개혁과 연구개발(R&D) 지원책을 내놨다. 임상시험 불가능 의약품 우선 허가제를 도입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확대해 상업화를 앞당긴다.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유전체 분석 역량 확보에도 나선다.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방안은 민·관 협의체 산하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 태스크포스(TF)가 중심이 돼 마련 중이다. 제약, 정밀·재생의료, 화장품, 의료기기 등 분야별 의견을 수렴했다.
육성 방향을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맞췄다. 융·복합 산업이 탄생하는 미래산업 환경에서 바이오헬스 산업 구조변화, 보건의료 데이터 연계 및 활용 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 인공지능(AI), 이식기술, 3D 프린팅,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기술을 바이오헬스에 접목해 맞춤의료 시대를 가시화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바이오헬스는 결국 ICT를 활용해 건강을 증진하는 게 목적”이라며 “개인 행복과 건강 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의료가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주력산업 고도화, 신산업 창출에 총력”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의료정보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양질의 의료정보가 축적됐습니다. 의료진도 세계 수준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바이오 선두 국가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산업혁명과 국내 바이오산업 모두 태동기에 위치해 두 영역을 접목할 기회가 더 많다고 판단한다. 바이오산업 육성을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수월하다.
정대진 산업부 창의산업정책관은 “바이오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라며 “유전체 분석, 개인 맞춤형 약물 개발, 건강 정보 분석기기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면 선두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를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산기준에 맞춘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를 구축해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료를 공급한다. 창업초기 바이오벤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 `초기 바이오기업 전문 펀드`도 조성 중이다.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바이오의약 연구개발 세액공제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신산업 투자위원회를 운영해 불합리한 규제 개선에도 발 벗고 나섰다. 백신산업을 국가 기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백신위탁생산전문시설` 건립도 검토한다.
정 정책관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 바이로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벤처기업 성장, 셀트리온 글로벌 진출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국내 바이오 생산설비도 비약적으로 증가해 국내 산업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제도 있다. 제약,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R&D 투자가 증가하지만, 산업 전체로 봤을 때 글로벌 기업과 격차가 크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창업부터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바이오 벤처 생태계 기반이 약하다.
그는 “최근 민간 투자가 증가하지만 여전히 바이오 분야에서 정부 대 민간 R&D 투자는 1대 0.9로 타 산업과 비교해 낮다”며 “우리나라 연구·생산 역량이 늘어난 만큼 적극적인 민간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 “기술사업화 연결고리가 목표”
“그동안 공공·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바이오 R&D를 추진했지만, 기술 사업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에 나와 있는 기술을 상업화로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이진규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바이오산업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정부 R&D 기조도 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기술을 발굴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야 말로 4차 산업혁명 환경에 적합한 R&D 기조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이다. 5년간 382억원을 투입하는 이번 사업은 현장 수요를 발굴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디어와 연구역량을 가진 의과학자를 지원해 창업을 활성화한다. 병원, IT기업, 바이오 벤처 간 공동 연구와 사업연계를 구현한다. 병원을 사업화 플랫폼으로 삼아 병원-벤처가 공동 공간에서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한다. 모바일 헬스케어 역량 확보를 위해 시장 수요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용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한다.
미래 바이오산업을 이끌 핵심 영역에 R&D를 집중한다. 글로벌 기술을 추격하는 게 아닌 선도형 R&D로 전환한다.
이 정책관은 “조선, ICT 등 우리가 주력했던 산업이 성장 정체를 겪으면서 이제 바이오가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이오 역시 모든 영역에서 1등을 하기 보다는 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인 줄기세포, 유전체 치료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