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나 경유차 등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원인물질 `블랙카본`을 기존보다 열 배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호흡기 질환이나 인체 내 축적 우려가 있는 대기 중 블랙카본 존재 여부나 농도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1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랩코 공동연구팀이 대기 중 초미세먼지에 강한 레이저를 비출 때 발생하는 굴절률 변화를 감지해 블랙카본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필터 없이 레이저를 대기 중에 직접 쏴 블랙카본 굴절률 변화를 측정해 양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필터 위에 쌓인 블랙카본 광흡수율를 측정하는 기존 장비와 비교했을 때 약 10배 정도 우수한 민감도를 갖고 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연소 중 발생하는 블랙카본을 정확히 측정하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나 자동차 매연이 얼마나 초미세먼지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이 각 대기측정소에 보급되면, 블랙카본 존재량이나 생활 유해성 정도를 예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 필터 측정기법은 필터 재질 때문에 측정값에 오차가 발생해 인위적인 보정과 수정 과정을 거쳐야 했고, 사용한 필터는 교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레이저를 직접 대기 시료 중 블랙카본에 쏘이면, 블랙카본이 레이저의 빛 에너지를 흡수해 주변 공기를 가열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굴절률 변화를 감지해 보정이나 수정작업 없이 블랙카본 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필터를 교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무엇보다 기존보다 정밀도가 10배나 향상됐기 때문에 블랙카본 농도가 낮은 곳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 가령 중국 베이징 같이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보다 프랑스 파리나 일본 도쿄 같은 대기오염이 적은 곳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다. 또 향후 지구온난화 예측 물질로 이산화탄소와 함께 블랙카본이 사용되기 시작하면, 이번에 개발한 정밀 측정 기술 수출길이 열린다. 지구온난화 예측 정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개도국보다 선진국으로 측정기술 수출이 기대된다.
이번 블랙카본 측정 기술은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 `환경융합신기술개발사업` 중 하나로 2013년 개발이 시작돼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 기술은 올해 3월 국내 특허를 받았으며 최근 국제특허(PCT)도 출원했다. 지난 5월 진행된 한-미 협력 한반도 대기질 공동조사 연구에서 도심 지역 지상 대기질 측정 작업에 약 6주간 실제로 투입되기도 했다.
김용주 환경산업기술원장은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처럼 정밀한 측정기술은 환경오염물질을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기술”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 대기환경 관리,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랙카본은 석탄·석유와 같은 탄소함유 연료가 불완전 연소될 때 나오는 검은색 그을음이다. 자동차 매연이나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검은 연기 등에 포함됐다. 햇빛을 흡수하는 성질 때문에 이산화탄소에 이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물질로 꼽히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는 가시거리를 짧게 하는 초미세먼지 주요 성분이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