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기계 거래 시장 활황…거래소 경매 낙찰률 20% 돌파

중고 기계설비 거래가 급증했다. 경기 불황에 산업계가 저렴한 중고 설비로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중고 기계의 경매·거래가 양성화되면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중고 기계 시세가 투명해지고 금융권 담보 대출도 쉬워졌기 때문이다. 유휴 설비 처분 시장이 투명해지면 설비 활용 효율 제고, 신규 설비 투자 촉진 선순환이 기대된다.

한국기계거래소 창고동
한국기계거래소 창고동

한국기계산업진흥회(회장 정지택·이하 기산진)는 한국기계거래소(대표 마승록)의 중고 기계 경매 누적낙찰률이 지난달 25일(18회 경매) 기준 24.6%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장 이후 총 342건이 경매에 나와 84건이 낙찰됐다. 8월 누적낙찰률은 6월보다 8.9%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최근 두 달 동안 경매 출품과 낙찰이 집중됐다. 올해 1~6월에는 경매 당 평균 11건이 신규 출품돼 2.6건이 낙찰됐다. 평균 낙찰률은 23.6%였다. 반면에 7월과 8월에 치른 경매에는 평균 23.3건이 신규 출품, 11.3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8.4%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기계거래소 개장식에서 참가자가 모의 경매를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기계거래소 개장식에서 참가자가 모의 경매를 체험하고 있다.

한국기계거래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중고 기계 경매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중고 기계 거래 시장은 지금까지 개별 유통업체(딜러) 위주로 형성됐다. 기산진은 2500여개 업체가 중고 기계를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해 투명한 시세 형성, 공정 거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기계거래소 개장식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기계거래소 개장식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산진 주도로 지난해 11월 한국기계거래소를 개장했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MTV 산업단지 6만7000㎡ 부지에 경매장, 창고, 유지·보수·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고 기계, 산업 설비 경매를 양성화해 유통을 활성화하는 취지다.

매달 2회 격주 경매를 실시한다. 오프라인 현장 경매는 물론 온라인 경매도 실시한다. 올해 말까지 보증금(500만원)과 연회비(12만원)를 면제,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성능 검사와 품질 보장, 사후관리(AS)를 거래소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기계거래소 전경
한국기계거래소 전경

거래소의 가장 큰 임무는 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이다. 기계 판매자와 구매 희망자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시세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기계 설비 같은 동산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담보 가치 설정이 어려웠다. 중고 기계 시세가 확립되면 담보 대출 활성화가 기대된다. 중소기업이 좀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중고 설비 처분 시장이 커지면 재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휴 설비를 제값에 이전하면 신규 설비를 들여오기 쉽기 때문이다. 대학원과 스타트업 기업의 중고 기계 도입도 편해진다. 신·구 설비 도입, 처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박영탁 기산진 상근부회장은 “중고 기계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경매를 모두 시행하는 시스템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능률 시스템”이라면서 “공장 유휴 설비가 빨리 빠져나가면 신규 첨단 투자도 빠르게 이뤄지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효과가 있어 제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기계거래소 중고기계 경매 실적(자료 :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기계거래소 중고기계 경매 실적(자료 :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