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문인식 모듈을 중소기업에서 조달하면서 후방 산업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지문인식 시장이 커지는 와중에도 삼성 물량은 업계에서 `열외`에 가까웠다. 탄탄한 자체 생산망을 갖췄고, 인식 알고리즘도 외부에 맡기기에는 민감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핵심 기술은 지키고 가공은 외부에 맡기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삼성향 지문인식 모듈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새롭게 발주하는 부품이다. 수급선 다변화 신호탄이기 때문에 앞으로 외주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품업계 입장에서는 커다란 새 시장이 열린 셈이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지문인식이 삼성 스마트폰의 기본 정체성에 가까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용 모델이 늘어나면 물량 확대는 불가피하다.
삼성은 2014년 갤럭시S5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이후 출시된 갤럭시노트 시리즈, 갤럭시A 시리즈 등 대부분 스마트폰에 연이어 같은 기능을 적용했다. 갤럭시A 시리즈는 한 때 중·저가 시장 유일의 지문인식 폰으로 프리미엄을 누렸다. 향후 출시될 대부분 스마트폰에도 지문인식 기능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삼성은 그 동안 지문인식 모듈을 자체 생산했지만 적용 모델과 물량이 늘어나면서 자체 생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온 것”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외주화가 진행되면 관련 기술을 확보한 업체에는 새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내부에 축적된 생산 관리 노하우도 이번 결정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은 3년 이상 이 부품을 자체 생산하며 원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모듈화 공정의 핵심 지표인 목표 수율 역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외부 업체에 생산을 맡기더라도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해진 셈이다.
갤럭시S5 적용 당시만 하더라도 지문인식 모듈은 신기술에 가까웠다. 세계 최초 적용은 아니었지만 모바일 지문인식은 소수 업체만 도입한 기술이었다. 지금은 중·저가 스마트폰,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도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다. 기술, 생산, 시장 모든 측면에서 지문인식 기술의 범용화가 이뤄진 셈이다.
또 다른 부품업체 고위 관계자는 “지문인식이 신규 부품일 때만 하더라도 원가 관리를 하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이제는 삼성 내부적으로도 원가와 수율을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쌓였을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외주화를 추진하면 수급처를 다변화하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삼성에도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