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학자들 실리콘밸리로 왜?

미국 하바드 비즈니스스쿨은 경제학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경제학자 피터 콜스(Peter Coles)는 하바드 비즈니스스쿨에서 단기재정증권경매나 장기이식 환자 결정방법론 등을 연구했다.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앨빈 로드(Alvin Roth)와 같이 연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8년간 근무했던 하바드 비즈니스스쿨을 떠나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로 옮겼다. 이처럼 최근 정보기술(IT) 메카이자 세계 경제 엔진인 실리콘밸리에 경제학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가격 책정` `인센티브` `소비자 행동` 등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을 떠나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기는 경제학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가 경제학자들이 이론을 연구하고 실제 적용해 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축적되고 있으며, 새 과제에 도전할 수 있는 재료도 널려 있다. 피터 콜스는 “실리콘밸리는 경제학자에게 캔디 스토어”라고 표현했다. 통찰력을 얻고 거액 연봉을 받을 수 있어 경제학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학자들 실리콘밸리로 왜?

실리콘밸리가 경제학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도 경제학자들의 `밸리 행`을 부치기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세계 경기동향이나 환율변화 등 거시경제 트렌드 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행동 변화를 연구하고 스마트한 결정을 내려줄 경제학자를 원하고 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 기업은 물론,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스타트업도 경제학자 연구가 이익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경제연구전문가인 랜달 루이스는 넷플릭스에서 광고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광고를 보면서 공통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광고로 인해 가장 쉽게 야기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한다.

피터 콜스는 행동경제학자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지연 행동(Procrastination)이 숙박예약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여행을 바로 코앞에 두고 예약하는지 아니면 몇 주, 몇 달 전인지, 그리고 연령과 성, 인종이나 출신 국가별로 예약 행태가 다른지 등이다.

톰 비어스 미국 경영경제학협회 사무국장은 “이들은 머신러닝과 알고리즘 작성 등과 같이 데이터와 컴퓨팅 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미시경제 전문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할 배리언 구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마켓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할 배리언은 IT 기업에 소속된 경제학자의 대부로 불린다. UC 버클리에서 유명한 경제학 교수였지만 2002년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검색광고 애드워즈 개선, 기업공개(IPO) 주식경매, 주파수 경매, 특허 구입과 판매, 자율주행차 비즈니스 모델 축 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아마존은 가장 공격적으로 경제학자를 영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경제학자 웹사이트`를 만들어 이력서를 받고 있다. 아마존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패트릭 바자리는 이 웹사이트 동영상에서 “우리 팀은 회사에 수십억달러 임팩트를 준 결정에 공헌해 왔다”며 유능한 경제학자를 치켜세웠다.

고액연봉도 경제학자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드는 이유다. 경제학자들은 대개 학교에서 12만5000달러(1억3800만원)에서 15만달러(1억6600만원) 정도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IT기업에서는 박사후 과정 경제학자가 통상 20만달러(2억2100만원) 이상을 받는다. 보너스와 주식무상증여 등을 합하면 몇 년내에 첫 연봉의 두 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팀을 운영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경영, 경제학자의 새로운 구직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미 경영경제학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기술 기업 경제학자 모임을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더 큰 규모 학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