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최소침습 패러다임 `3D 복강경`으로 구현한다

올림푸스 3D 복강경 시스템을 이용해 의료진이 수술하고 있다.
올림푸스 3D 복강경 시스템을 이용해 의료진이 수술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홀. 대한대장항문학회 국제학술대회 `ICRS 2016`에는 국내외 대장항문 분야 전문가가 총출동했다. 최신 의학 정보와 지식이 소개되는 이 자리에 단연 눈길을 끄는 기술은 `3D 복강경 시스템`이다. 최소침습 치료 새 모델로 주목받은 3D 복강경에 대해 의료진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두꺼운 책을 반으로 가르는 것과 종이 한 장을 반으로 쪼개는 이치와 같습니다. 3차원으로 보면 레이어가 확대돼 마치 두꺼운 책을 반으로 가르는 것과 같은 편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윤석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3D 복강경 시스템은 원하는 부위를 입체적이고 확대를 통해 두껍게 볼 수 있어 세밀한 수술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장암 분야에서 로봇 및 복강경 수술 전문가다. 대한대장항문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복부 및 항문을 통한 전직장간막 절제술에서의 3D 복강경 시스템 활용법`을 발표했다.

이윤석 인천성모병원 교수
이윤석 인천성모병원 교수

이 교수는 “최신 3D 복강경 시스템은 일자형이 아닌 자유자제로 구부릴 수 있어 다양한 부분을 살필 수 있다”면서 “조절방법도 쉬워 습득 곡선을 빠르게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절개하지 않고 복부에 0.5~1.5cm 크기 작은 구멍을 낸다.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집어넣는다. 5~20cm 내외 큰 흉터를 남기는 개복 수술에 비해 3~4곳에 작은 구멍만 뚫어 흉터가 적고 수술 후 발생하는 통증도 적다. 개복 수술에 비해 균이 옮아 곪는 창상 감염 등 합병증 위험도 적다. 서울삼성병원 대장암센터에 따르면 대장암 수술에서 복강경 비중은 2009년 50%를 밑도는 수순이었지만, 2013년 80%로 증가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은 입체적인 환자 뱃속을 평면 모니터에 의존해야 했지만, 3D 기술이 접목되면서 병변 깊이나 눈에 보이는 조직, 장기간 거리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3D 복강경 시스템이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복부 장기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대장암 수술이다.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시경 분야 1위 기업인 올림푸스가 3D 복강경 시스템 영역에서도 강세다. 올림푸스 제품은 끝 부분이 세계 최초로 상, 하, 좌, 우 네 방향으로 100도까지 구부러진다. 일자형 복강경으로는 보기 힘든 장기 뒤쪽까지 관찰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뱃속 좁은 공간에서 수술 도구와 복강경 장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서로 부딪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올림푸스 3D 복강경은 방향전환이 자유로워 문제를 최소화한다. 최소침습이라는 현대 수술 패러다임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특정 영역에서는 로봇수술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질적 측면에서는 로봇수술기기에 뒤질지 몰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고, 넓은 부위 수술이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빈치 등 주류 로봇수술기기는 대당 30억~40억원인 넘는다. 보험적용도 안 돼 환자 부담이 크다.

3D 복강경을 활용한 대장암 수술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이다. 국내 의료진이 선진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도입 1년 만에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했다.

강 교수는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만 둘러보더라도 3D 복강경 기술을 적용한 병원은 거의 없다”며 “주요 의료기기 업체도 신제품을 출시하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를 찾아 시범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푸스 3D 복강경은 다른 제품과 달리 구부러지는 장점이 있고, 화질은 물론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과학적으로 수술성공률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지만, 수술시간을 단축하거나 집도의가 편안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3D 복강경 기술을 확보한 국내기업 출연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병원은 내시경을 비롯해 MRI, 엑스레이 등 대형 의료장비는 대부분 외산을 사용한다.

이 교수는 “일부 국내 기업도 3D 복강경을 개발했지만, 세계적인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병원과 협업해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