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출신 심사역 부상…`창업 DNA` 이식받는 벤처캐피털

벤처캐피털(VC) 업계에 창업자 DNA가 이식되고 있다. 창업 경험이 있는 심사역이 VC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다. 금융권, 산업체 출신 심사역이 업계에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창업가 출신 심사역 약진은 투자 전문성에 깊이와 넓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이하 `본엔젤스`) 대표는 “초기 창업기업을 투자할 때 창업경험은 필수적”이라며 “창업경험은 기업 흐름을 읽고 투자가치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기 전인, 1999년부터 2년 동안 벤처기업 우주커넥션스를 창업, 운영했다.

강 대표는 2014년 데일리호텔 투자를 예로 들었다. 데일리호텔은 지난해 실리콘밸리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캐피탈이 투자에 나설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당시 데일리호텔이)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지만 호텔영업망 구축, 객실확보 등 창업팀의 실행력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다른 심사역이라면 지나치기 쉬운 다운로드, 고객반응 등 각종지표 성장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손민호 수림창업투자 이사
손민호 수림창업투자 이사

손민호 수림창업투자 이사는 “창업자의 전문성, 적극성, 성실함을 보고 아이브이웍스란 스타트업에 지난 6월 공동투자했다”며 “창업경험을 거울 삼아 창업자 면면을 살피고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손 이사는 1999년부터 3년 동안 벤처포유라는 음성인식 기술벤처를 공동창업, 운영한 경험이 있다.

또 “투자뿐 아니라 창업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직관리, 서류작업, 지분관리를 도와준다”며 “창업자들이 기술성에 집중한 나머지 지분 문제 관심이 없다가 한순간에 경영권을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동환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부사장(소프트웹 창업), 장병규 본엔젤스 파트너(첫눈 공동창업),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이음소시어스 창업) 등이 창업 경력을 가진 심사역이다.

창업자 출신처럼 독특한 경력을 가진 심사역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VC시장 성장이 있다. 창업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VC업계도 덩달아 활기를 띄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1조6682조원(57개 조합)을 기록해 상반기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개 조합, 6181억원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VC업계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술기업을 평가할 각 분야 전문가 출신 심사역 수요도 늘고 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최근 들어 게임개발자, 의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깊이 있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국내 조성되는 펀드 규모에 비하면 전체 심사역 수나 경험이 여전히 모자라기 때문에 다양한 출신을 가진 전문 인력들이 VC업계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표】벤처캐피털에서 활동하는 창업가 출신 심사역

창업자 출신 심사역 부상…`창업 DNA` 이식받는 벤처캐피털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