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900점 이상에 한국사·컴퓨터 자격증 보유, 각종 인턴 경력에도 기업 입사 서류전형 통과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다. 청년 실업률은 발표할 때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달 발표되는 전체 취업자 증가폭도 30만명대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고용난 심화는 경기 침체로, 경기 침체는 다시 고용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꾸준히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지부진한 `노동개혁`에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취업자는 2660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는 지난 6월 35만4000명 늘며 3개월 만에 3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7월 다시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청년 구직난은 더 심각하다. 7월 청년 실업률은 9.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P 떨어졌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개선 추세라는 분석은 섣부르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2월(12.5%), 3월(11.8%), 4월(10.9%), 5월(9.7%)까지 4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6월에도 10.3%를 기록,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 나라는 5개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한국이 포함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작년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전년(9.0%)보다 0.2%P 상승했다. 1999년 통계 집계 기준을 변경한 후 최고치다. 전년 대비 청년 실업률이 상승한 OECD 회원국은 핀란드(1.8%P), 노르웨이(1.5%P), 터키(0.5%P), 네덜란드(0.3%P)에 이어 한국이 전부다.
우리나라 작년 청년 실업자는 39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000명(3.2%) 늘었다. 한국의 전년 대비 청년 실업자는 201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전체 청년 실업자수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구직난 지속은 우리 경제를 병들게 한다. 기업이 채용을 줄이는 것은 그만큼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취업이 안 되면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니 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경기 침체와 정년 연장 등으로 기업이 채용 규모를 줄여 일자리가 급감하는 현상을 `고용절벽`이라고 한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올해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년 60세 의무화로 신규 채용이 위축된 우리나라는 이미 고용절벽이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일자리 예산은 17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7%(1조7000억원) 많다. 내년 예산안 12개 분야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성과가 미흡한 일자리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감액해 내년 3600억원, 2020년까지 1조6000억원 규모를 구조조정 할 계획이다. 최근 5년 동안 2200억원이 늘어난 직접일자리 예산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되, 사회적 수요가 큰 공공업무·사회서비스형 중심으로 내실을 기한다.
정책 효과가 낮은 `조기재취업수당`은 폐지하고, 중견기업 참여가 저조한 청년인턴은 3만명으로 축소한다. `고용장려금` 16개 사업은 임금피크제 등 6개로 정리한 후 통합장려금 등으로 합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고용절벽 문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개혁이 근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하며 공공 부문은 노동개혁에 일부 진전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간으로 확산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역시 수년째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개혁은 정부와 국회, 기업, 노동계가 뜻을 모을 때 가능할 것”이라며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OECD가 집계한 우리나라 최근 3년간 청년실업률 추이(자료:OECD)>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