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제는 의약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만능 치료제라는 기대와 막연하게 불안하다는 극단적 인식을 해소해야 국내 줄기세포 기술도 세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오원일 메디포스트 부사장은 국내 줄기세포 경쟁력 확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국내 연구 수준이 빠른 속도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상황에서 줄기세포에 대한 객관적인 잣대만 바로 잡는다면 제도개선도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오 부사장은 “국내 줄기세포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세계적 수준”이라며 “하지만 치료제에 대한 극단적 두 시각 때문에 연구개발을 가로 막는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다. 이를 이용해 심장 근육세포, 뇌 질병을 치료할 신경세포 등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된다. 인간 세포를 키워 난치병을 치료해 부작용도 적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꿈의 치료제`로 기대하는 이유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했다. 차바이오텍 등 기업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및 규제 동향 2015`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5년까지 상업 개발을 목적으로 한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연구 317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사례는 46건에 이른다. 미국(146건)에 이어 세계 2위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0건 이상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업 임상연구가 진행된다. 관련 기업도 우리나라는 11개로 미국(53개)에 이어 2위다.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력과 국민적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오 부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시장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내용을 실현가능하다고 주장하거나 비윤리적 방법을 동원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오 부사장은 “줄기세포가 미래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기업이 현 기술 및 연구수준을 명확히 파악해 국민에게 알려줘 막연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파동` 이후 줄기세포 연구는 약 10년간 중단되다 시피 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 채취과정에서 과배란 유도, 동의 없는 난자 제공 등 윤리 및 법·제도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차의과대학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7년 만에 체세포목제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가 첨단재생의료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마련했다.
오 부사장은 “체세포복제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지만, 이 치료제 역시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인허가 과정을 다 밟는다”며 “개발 과정에서 연구윤리만 철저히 지켜진다면 이 영역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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