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국가 교류가 더욱 활발해진다. 따라서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 같은 해외 전문가의 독창적 생각과 성공사례를 듣는 것도 국내 산업엔 큰 도움이 된다.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이자 최고 디자인 책임자가 평생 좇은 것은 단순함이다. 디자인이 사라져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을 때 그는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디자이너가 이렇게 말하면 웃길지도 모르지만 디자이너가 내 면전에 대고 자신의 꼬리를 흔들고 있는 제품을 볼 때 정말 짜증이 난다”면서 “제대로 된 디자인은 사용자를 더 끌어당겨 제품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런 단순함이 사람들이 열광하는 지금의 애플 제품을 만들었다. 조너선 아이브는 20여년 동안 애플의 중요 제품 디자인을 맡아 왔다. 1997년 아이맥을 통해 스티브 잡스를 화려하게 애플에 복귀시켰다. 이후 아이팟, 아이폰 등 세계 디자인 혁명을 끌어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만큼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데는 난독증도 한몫했다. 난독증이 있던 조너선 아이브는 컴맹이었다. 컴퓨터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컴퓨터는 어렵고, 전문가만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애플의 맥을 접하고 난 뒤 그의 생각은 완전히 변한다. 컴맹이어도 직관적으로 PC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애플 입사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그 당시 애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면서 “창립 배경, 가치관, 조직 구조 등 무엇이든 알고 싶었다”면서 “애플은 존재해야 될 가치가 뚜렷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훗날 회고했다.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 이는 스티브 잡스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기 전 아이브는 퇴사를 고민한다. 애플이 입사 때와 달리 조직이 커지면서 제품 디자인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잡스 복귀 전에는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엔지니어가 만든 제품을 디자인팀에 건네는 것이 관례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무게 중심을 디자이너 쪽으로 옮겨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이 애플을 위대하게 하는 과업의 중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디자인이 기술을 지휘하게 됐다.
단순한 디자인에 대한 열망은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도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잡스는 애플에 컴백한 뒤 아이브 부사장이 디자인한 아이맥 덕분에 위기에서 탈출했다. 아이맥은 반투명 디자인을 시도한 최초의 컴퓨터다. 아이브는 하루아침에 가장 과감하고 매력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아이맥을 본 딴 반투명 IT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맥은 컴퓨터가 어렵고 남성적이란 이미지를 버리게 했다. 많은 이가 갖고 싶어 하는 패셔너블한 IT기기로 거듭났다. 두 사람은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강렬한 열정을 공유했다. 스티브 잡스는 “나를 제외하고 회사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은 아이브”라며 “애플에 내 영혼의 파트너가 있다면 바로 아이브”라고 강조했다.
둘은 애플이 하는 모든 일에 디자인을 스며들게 했다. 잡스의 디자인 철학은 직관성이다. 단순하고 명확해서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그의 이상향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미니멀리스트다. 필요 없는 것은 모두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팟은 스티브 잡스와 아이브의 단순한 미학이 낳은 결정체였다. 이는 모든 디지털 기기가 표본으로 삼는 상징적인 아름다움이 됐다.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과 아이패드 역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IT 기기가 됐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