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대형마트 H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시각장애인 K씨. 상차림 재료부터 친지 선물까지 사야할 것이 산더미다. 시각장애인용 화면 낭독 프로그램이 읽어주는 기계음에 따라 `식품` 코너에 접속했지만 K씨는 곧 길을 잃었다. 상품 상세 정보를 읽지 못한 낭독 프로그램이 돌연 음성 안내를 멈췄기 때문. H마트 홈페이지가 보장하는 정보 접근성은 카테고리 이동까지다. 회원가입도, 상품 구입도 불가능했다. 결국 K씨는 아무 것도 살 수 없었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정보 접근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이병돈)가 공동 실시한 `스마트 정보 접근성 평가` 결과 주요 온라인 쇼핑몰 11곳의 정보접근성 평균 점수는 60점으로 나타났다. 정보 취약계층이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추석 명절 온라인쇼핑에 나설 시각 장애인의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기술연구센터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장애인의 평등한 인터넷 이용 여부를 확인하고자 정보 접근성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11곳을 대상으로 접근성 기술 구현 여부와 실제 사용 만족도를 함께 살펴봤다. 평가는 △전문가 점검 △사용자 점검 △자동 점검 총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종합 점수는 전문가 점검과 사용자 점검 결과를 각 50%씩 반영했다.
◇온라인 쇼핑몰 정보 접근성 `미흡`
종합 1위인 11번가(70.6점)부터 최하위에 오른 홈플러스(46.9점)까지 모두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점을 기록한 11번가(72.5점)마저 점수 분류표에 따르면 `미흡`에 해당한다. 뒤를 이은 △위메프(67.4점) △이마트(66.7점) △옥션(65.4점) △G마켓(64.1점) △롯데마트(61.9점) △쿠팡(56.5점) △티몬(55.9점) △농협a마켓(53.3점) △인터파크(51.4점) △홈플러스(46.9점)는 `매우 미흡` 수준이다.
실제 사용 만족도를 따져본 `사용자 점검`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사용 만족도 평균 점수는 50점 이하로 떨어진다. 11개 업체 대부분이 주요 과업 5개(△회원가입 △상품 상세정보 확인 △상품 구입 △문의하기 △이벤트 확인) 중 한두 개 기능만 지원하는 단계에 그쳤다. 회원가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주요 웹사이트의 `면피용` 접근성 개선 문제는 꾸준히 불거져왔다. 이병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도 “국내 정보 접근성 준수는 껍데기”라고 토로했다. 지난 2013년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모든 기관·기업 웹 사이트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다. 이후 `웹 접근성 품질인증`을 획득한 사이트 수는 늘었지만 표면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인증만을 위한 형식적 개선일 뿐 실사용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도 한계가 그대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실태조사를 계기로 평가 대상을 확대한다. 병원과 교육 등 우리 사회 제반 영역의 정보 접근성을 두루 살펴볼 계획이다.
[표]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 정보접근성 평가` 종합 결과 (단위: 점)
<자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접근성평가센터※ 종합 점수는 전문가 점검과 사용자 점검을 각 50%씩 반영한 결과로, 자동 점검은 점수 합산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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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IP노믹스 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