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 with G밸리 CEO]채연근 징코스테크놀러지 대표

채연근 징코스테크놀러지 대표.
채연근 징코스테크놀러지 대표.

문학과 역사, 철학을 흔히 `문사철`이라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었거나 배운 적이 있다. 주위에 있지만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사업을 하다보면 더 어렵다.

채연근 징코스테크놀러지 대표는 평소 인문학을 즐긴다. 빠져 산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크리스천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인문학 전도사로 소문이 날 정도다.

대화 도중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단어가 인문학 소양을 가늠하게 한다. 그럼에도 겸손하다. 인문학을 해서일까. 채 대표는 “IT사업을 하며 무미건조해진 삶에 활력이 된다”면서 “인문학은 즐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채 대표에게 인문학은 거창하지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 접하기를 즐긴다.

채 대표는 퇴근이 이를 때면 시간을 내 귀동냥 하러 다닌다. 음악평론가나 미술평론가를 직접 만나 듣는 시간을 즐긴다. 문사철 외에 음악, 미술까지 장르 편식이 없다.

쉬는 날이면 근처 책방에 들른다. 천천히 책을 골라 부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크지 않은 미술관도 자주 찾는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좋아한다. 지인들을 모아 한적한 갤러리를 찾기도 한다. 덕분에 사전 관람행사에도 종종 초대된다.

채 대표는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예술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숨겨진 명소를 찾는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예술공장을 추천했다. 서울시가 옛 공장을 인수해 예술가들에게 아지트로 제공한 곳이다.

심지어 발표회 때도 신제품 소개에 앞서 인문학 강의를 마련한다. 채 대표는 “사업을 하다 실패하거나 어려울 때 인문학이 도움 됐다”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채 대표가 인문학에 빠진 데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채 대표 아버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글을 쓰셨다. 단양으로 낙향해 재건학교 교장을 지냈다.

문학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채 대표는 문사철을 좋아했지만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병역은 해병대에서 장교를 지냈다. 해병대 장교 모임에서 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기수 대표기도 하다.

결국 채 대표는 해병대 정신에 인문학 소양을 갖춘 IT 전문가다. 20년 넘게 IT 분야에 종사한 힘은 여기서 나왔다. 채 대표는 “사업을 경영할 때도 이성과 감성, 행동에 균형감이 필요하다”며 “문화나 예술은 일에 치우친 일상을 회복시켜준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자신만의 책을 쓰는 게 꿈이다. 6년 전 이미 공동 집필로 책을 낸 적도 있다.

혼자 쓰는 책은 한국 해병대 정신과 이스라엘 후츠파 정신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후츠파는 이스라엘 특유 도전정신을 이르는 말이다. 히브리어로 뻔뻔함이나 담대함을 뜻한다.

채 대표는 “해병대 정신과 후츠파 정신이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며 “수시로 집필하면서 필요한 곳이 있다면 강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