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왓슨`은 의료기기?..AI 둘러싼 논쟁 첨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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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을 의료기기로 지정할지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순 보조 수단에 불과해 비의료기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체계적 관리를 위해 의료기기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18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0월까지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적용 의료기기 정의와 관리 지침을 확정한다. 여기에는 AI를 의료기기에 포함할지 여부가 함께 담긴다.

알파고가 촉발한 `AI 열풍`은 헬스케어 영역에 급속도로 퍼졌다. 방대한 의료 정보를 분석, 최적의 치료 방안을 제시한다. 의사가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병변까지 찾아내 진단한다.

국내에서도 AI 적용이 현실화된다. 최근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병원 최초로 IBM 왓슨을 암 환자 치료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AI가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환자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또 의료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커서 국민 건강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 6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적용 의료기기 정의 및 관리범위 안`을 내부로 마련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 질병을 예측 또는 진단하는 의료기와 소프트웨어(SW)가 대상이다.

관리 범위 안에 따르면 다양한 의료 정보를 분석해 환자 또는 의료진에게 질병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SW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IBM 왓슨을 비롯해 뷰노, 루닛 등이 개발한 의료 영상분석과 진단지원 솔루션은 의료기기다. 단순한 질병 진단과 치료법 검색, 처방전, 의약품 목록 제시는 비의료기기다. 개인 건강용 관리 제품도 비의료기기로 분류됐다.

AI를 의료기기로 지정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인공지능 의료 시스템 의료기기 적용 여부 찬반 주장
인공지능 의료 시스템 의료기기 적용 여부 찬반 주장

최적 치료법을 제시하는 왓슨을 비롯해 의료영상정보 분석 솔루션도 의사가 놓친 병변을 찾아줄 뿐 최종 진단과 치료는 의사 몫이다. 단순 진료보조 시스템에 불과한데 의료기기로 지정하면 규제만 늘어날 뿐이라고 강조한다. 또 환자가 아닌 일반인 대상이나 병원 내부용이라면 의료기기로 보기 어렵다.

박래웅 아주대의대 교수는 “왓슨을 비롯해 임상진단지원시스템(CDSS), 영상정보 분석 솔루션 등은 AI를 활용했지만 의사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장에 탄생하고, 산업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비의료기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비의료기기로 취급되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솔루션이 범람한다. 국민 건강과 밀접한 만큼 의료기기로 지정해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기기로 지정되면 산업 현황과 시장 규모 파악이 용이하다. 정부 차원의 육성책 마련에 근거가 된다. 의료기기는 수가에 반영돼 정부 지원도 가능하다. 수가에 반영하면 병원 입장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김현준 뷰노 이사는 “정부가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최신 기술을 접목한 의료용 솔루션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는 상황”이라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은 물론 병원이 큰 부담 없이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도입하도록 의료기기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왓슨 같은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의료 솔루션에 대한 정의, 관리지침 등 문서화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10월까지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