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혁신 사회 서비스를 견인할 인공지능(AI) 진로에 대해서는 논자 관점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절묘하게 쌍곡선을 그린다. 그럼에도 AI가 새로운 산업혁명의 근간 기술이자 심층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분석론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머스 대븐포트 교수는 최신작 `Only Humans Need Apply(인간만 적응하면 된다)`에서 진화하는 기계를 자동화라는 측면보다 인간 능력 확장에 주목할 것을 설득력 있는 논지로 끌어 간다.
이 책은 “인지 기계가 인간을 지원하는 방법이나 학습 능력 진보를 행동 능력과 수행 능력 간 매트릭스로 분석하면서 이젠 지식 노동 영역에도 지능기계(Smart Machine)가 파고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서 지능 기계가 좀 더 유능해지고 있는 상황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대븐포트 교수는 AI 기술의 잠재 역량을 통찰하면서 자동화가 초래하는 `침묵의 해고(Silent Dismissal)`에 적극 대처하는 세부 방안을 다섯 가지로 요령 있게 제시한다.
첫째 기계보다 높은 수준에서 일을 할 것. 즉 자동 시스템 위로 올라가라(Step up). 컴퓨터나 로봇이 처리할 수 없는 범위의 넓은 문제에 대해 대국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라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투자의 자동 거래 모델 내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고 모델 운용을 최적화하는 길을 제시한다.
둘째 기계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옮길 것. 즉 기계가 잘하는 일을 비켜 가라(Step aside). 사람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컴퓨터 결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등 기계가 결정하지 못하는 작업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숙련된 수리공은 막힌 플라스틱 파이프의 연결 방법을 직관으로 찾아내지만 기계에게는 어려운 작업이 될 수 있다.
셋째 기계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일을 할 것. 즉 사이에 들어가라(Step in). 컴퓨터 자동의사 결정시스템에 개입,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감시하며 개선한다. 예컨대 비즈니스 조건과 테크놀로지의 성능을 중개해 벤더에게 대규모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이 사례가 된다.
넷째 아무도 자동화하려고 하지 않는 범위가 좁은 영역을 찾아낼 것. 즉 틈새를 파고들어라(Step narrowly). 예를 들어 오래된 고문서의 연대를 특정하는 일 등은 제아무리 똑똑한 지능기계라 해도 해낼 수 없다.
다섯째 인지 테크놀로지 진보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일을 할 것. 즉 앞으로 나아가라(Step forward). 단편 사례로 IBM의 왓슨 구축에 따라 의사결정 또는 행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일이 앞으로 급격하게 팽창할 것으로 본다.
기계가 인간 노동을 자동화로 대신 함에 따라 인간 임무는 줄어든다. 역설이지만 기술이 인간 능력 확장에 도움이 되는 한 인간의 역할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노동의 질이 달라질 뿐이다. 재무회계 SW는 재무회계 분석 업무를 박탈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업무 총량을 확대했다. 우리 대응은 바로 이러한 확장 전략이지 인원 삭감에 의한 자동화 전략이 아니다.
결론은 명료하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확장을 통해 양자의 본질 가치 창출에 충실하면 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전문 지식 노동자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변혁의 본질을 통찰하고 사업 내용, 서비스 제공 형태, 바람직한 조직 구조 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제4차 산업 혁명의 승자(위너)가 되고 패자(루저)가 될 수 있다.
하원규/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 초빙연구원(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