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무인항공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우리나라도 무인항공기 기술과 표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표준화기구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선제적인 제도 정비로 무인항공기 시장 개화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원천 기술을 가진 `틸트로터(Tiltrotor)` 무인기 사업은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무인기 기술 내재화 전략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19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국제표준화기구(ISO) 등은 무인항공기 기술 기준과 초기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CAO는 무인항공기 연구 그룹을 결성해 무인항공기 관련 규정, 매뉴얼, 기술 세부사항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ISO 기술위원회(TC)20 분과(SC)16(항공우주기술위원회, 무인기분과)도 지난 2014년부터 범용 무인 비행시스템 일반사양, 생산체계, 작동절차 초기단계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인항공기 관련 산업용 표준은 전무하다. 우리나라가 산업용 표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ISO TC20에 투표권이 없는 준회원(O 멤버)로만 참여하고 있다.
우용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기계소재표준과 사무관은 “나토(NAT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에서 운항에 관한 기준은 나오고 있지만 산업용 표준은 실질적으로 없는 상태”라며 “우리가 정회원(P 멤버)로 참여하려면 전문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현재 표준개발협력기관으로 지정된 드론산업진흥협회를 통해 인프라를 꾸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표준화가 탄력을 받으려면 표준기술력 향상 사업까지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호주 등 주요국은 무인항공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드론 운전자 면허증 보유 의무화와 야간비행 금지 등을 담은 상업용 무인기 운영 규정을 정식 발효했다. 호주는 이미 ICAO가 마련한 무인항공기 기본 기준 충족시 상업용 드론을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무인항공기 관련 규제 정비로 산업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시험 비행장소 확대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일부 사업은 경제성 논리에 발목 잡혀 있다.
산업부가 추진할 예정이었던 틸트로터 사업은 최근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10여년 연구개발 끝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 원천기술을 세계 두 번째로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총 사업비 2573억원을 들여 틸트로터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 출발부터 발목이 잡힌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항공기가 상용화되기 전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이를 감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면서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겠다는데 시장 수요가 어디 있나. 단기간 경제성 논리로 연구개발을 제한하면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수요가 확정되지 않아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범사업으로 초기 무인항공기 수용모델 창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현재 수요가 확정되지 않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인항공기 산업 발전을 위해 전력설비 감시, 농업용 등 시범사업 초기 수용모델을 창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