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 디지털지도 전쟁 “IT갈라파고스와 구글의 우상화”

지난 1956년 미시건 대학 문화인류학과 호러스 마이너(Horace Miner) 교수는 학계를 발칵 뒤집는 논문을 발표했다. `나시레마`(the Nacirema)라는 종족을 사상 최초로 다룬 내용이다.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미국의 인류학자`는 그간 이색 종족을 다룬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뭔가 특별했다. 아름다움을 위해 남자는 매일 얼굴에 칼을 대고, 여자는 가슴에 칼을 대거나 머리에 오븐을 얹어 머리의 반을 구워내는 등 나시레마족 생활패턴은 너무나도 특이하고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 권위로 만든 거짓 논문이었다. 나시레마는 아메리카를 거꾸로 읽은 말이었고 미국인 생활패턴을 얼굴에 칼을 대는 원시 부족 생활양식으로 살짝 비틀어 이야기했는데 사람들은 전문가 말이어서 모두 사실로 믿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IT갈라파고스라는 우상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이 지식을 얻을 때 오류를 범하는 원인으로 네 개의 우상을 제시했다. 종족의 우상은 인간 입장에서 자연이나 세상을 보면서 오는 편견이고, 동굴의 우상은 자기 경험에 비춰 세상을 판단하는 개인적 편견을 말한다. 시장의 우상은 직접적 관찰이나 경험 없이 다른 사람 말만 듣고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는 편견이며, 극장의 우상은 자신의 소신 없이 권위나 전통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맹신에서 생기는 편견을 말한다.

전문가 권위에 기댄 말은 위력적이고 위협적이다. 외부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갈라파고스라는 말은 과거 고립된 일본 경제를 가리켰던 잘라파고스와 동의어로 쓰여 매우 위협적이다. 전문가들은 왜 이처럼 강력한 `IT 갈라파고스`라는 단어로 한국의 고립을 경고할까?

이들은 갈라파고스에 홀로 떨어질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구글에 지도를 빨리 줘야 한다고 온힘을 다해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이 갈라파고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8월 24일 결론날 것으로 기대했던 구글 지도 반출 요구 심사가 90일 연장되면서 한발 물러나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구글이 만든 위기에 허둥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구글이 근거로 내세웠던 포켓몬고 열풍은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갈라파고스와 구글의 IT 독재

IT 분야 독점을 살펴보려면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의 시장점유율을 참고하면 한다.

2010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 51.5%, 국내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을 기록했다. 당시 크롬 브라우저는 10.3%만 사용했다. 2016년 9월 현재는 완전히 역전돼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은 56.7%로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익스플로러는 11.8%로 곤두박질쳤다. 모바일OS 시장은 독점이 더 심화돼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판매량 기준 83.6%, 매출 기준 58.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갈라파고스란 단일한 환경체제로 가는 것을 말한다. IT 갈라파고스는 구글OS의 단일시장으로 가는 상태다. 구글 중심 OS시장이나 브라우저 독점은 시장 다양성을 저해하고 독점 폐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구글이 이제는 IT 독재자로 군림하며 시장점유율을 무기로 우리나라 당국에 갈라파고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오만한 요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IT 종사자들은 갈라파고스를 면하기 위해 그까짓 수십조원이 들어간 디지털지도를 줘버리고 구글에 투항(?)하고 갈라파고스를 벗어나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구글이 말하는 구글 플랫폼 영향력에 들어가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주인이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하는 디지털 노예가 될 우려가 있다.

구글이 한국정부가 보유한 초정밀 디지털 지도를 확보해야만 한국이 갈라파고스를 벗어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우리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만이 구글이 말하는 갈라파고스를 벗어나는 길인가? 그렇지 않다. 창조와 다양성이 바탕인 자유민주주의 시장생태계를 구글생태계로 편입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거대한 음모에 불과하다.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작은 부분까지 공유할 수 있는 절차와 법률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계표준과 국제표준

대한민국 정부는 일찍이 국제표준회의(ISO)에 가입했고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 표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인 국제표준회의에 따라 산업정책과 국가표준, 국제 표준정책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표준화 역사는 오래됐다. 1883년(고종 20년)에 화폐주조 및 금속광물 분석·가공·제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환국 소속 `분석시험소`를 설치한 것이 시초다. 현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국가 표준(KS)을 제정해 국제 표준을 만들고 있다.

표준화란 일상적·반복적으로 일어나거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의 상태로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다. 합리적 기준이 바로 표준이다. 표준은 합의에 의해 작성되고 인정된 기관에 의해 승인되며, 공통적·반복적인 사용을 위해 제공되는 규칙, 지침 또는 특성을 제공한다. 표준은 과학·기술 및 경험에 대한 총괄적인 발견 사항에 근거해야 하며, 공동체 이익 최적화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흔히 표준은 각종 제품을 설계·생산할 때 직접 이용하고, 객관성과 상호 이해를 위해 수식, 도면, 수치 등 엔지니어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매우 상세하게 정의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표준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드러나지 않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가전용품부터, 인터넷, 도로 표시판, 교통신호등, 책과 복사지 크기 등 표준이 적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는 1963년부터 국제표준회의에 참가해 정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ISO는 정회원에 111개국, 준회원에 49개국, 통신회원에 4개국 등 총 164개국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지도에 국제표준이 있나?

디지털지도에도 국제표준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디지털지도의 글로벌 표준화에 대해서 매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정보분야는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 TC211에서 국제표준을 담당하고 있으며 ISO TC 211에서는 공간정보의 용어표준에서부터 좌표참조계, 위치기반서비스, 유비쿼터스, BIM표준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글로벌 스탠다드인 국가간의 표준을 만든다.

TC211의 목표는 디지털지도와 관련하여 지구상의 상대적인 위치와 관련된 정보와 관련된 개체 또는 자연현상에 대한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ISO TC 211(http://www.isotc211.org/)는 공간정보(지리정보)의 취득과 처리, 분석, 액세스, 제시 및 다른 사용자, 시스템 및 위치 사이에 디지털/전자 양식 등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데이터 관리를 위한 지리 정보, 방법, 도구 및 서비스를 표준으로 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UN, FAO, ICAO등 민간단체도 함께 참여하며 국가와 국제단체간에 디지털지도를 교환하기 위한 표준을 연구하고 제정한다.

산업계에서는 OGC라는 단체(http://www.opengeospatial.org/)에서 Open Geospatial Consortium에서 표준을 정하고 있다. 구글이라는 회사가 생기기 이전부터 국제표준기구(ISO)에 참여하고 있으며 1994년 11월 10일 ~11일까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첫 번째 미팅을 시작해서 2016년 9월 현재까지 수많은 국제회의를 했고 대한민국 정부인 국토지리정보원과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매번 표준회의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ISO TC211 총회를 1996년 5월 서울 제3차 총회, 2002년 11월 경주 총회와 2013년 5월 부산총회를 개최하면서 매우 활발하게 글로벌 스탠다드인 국제표준 제정에 참여한다. 위치기반서비스 ISO TC21I의 19134와 19154 유비쿼터스 표준 제정에서 부산대 이기준교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WG(Workign Group) 의장을 안양대 홍상기 교수가 맡는 등 글로벌 스텐다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구글은 막강한 자본을 투입해서 대한민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자신만의 표준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IT 갈라파고스라는 말로 기존의 국제표준을 지키지 않고 자사 지도를 표현하는 독자언어 KML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꼼수를 쓰지 말아야 한다.

구글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ISO TC211 표준 데이터와 OGC표준을 준수해 국제 표준에 맞게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하고, 대한민국 지도를 서비스하는 다른 포털 업체나 기업과 상생하기 위한 데이터 교환 표준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상생의 길이다. 대한민국 초정밀 디지털 전략지도를 확보해 대한민국 자체를 구글이라는 갈라파고스에 가두려는 음험한 전략을 멈추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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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ihkim@ksi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