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스마트기기 보급으로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와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모바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ICT 기반 헬스 인포매틱스(Health Informatics)를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건강과 질병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수집된 개인 생체 정보는 병원 진료 및 의료 기록과 함께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돼 그 활용도가 더욱 커진다. 이에 따라 급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플랫폼 확보를 위한 글로벌 IT기업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은 헬스킷(HealthKit) 같은 다양한 앱과 스마트 기기로 측정된 생체신호와 개인 건강정보를 가상 저장공간인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통합한다. 이런 정보를 각종 의료 서비스 기관과 공유해 기존 의료 시스템과 통합까지 모색 중이다.
미국 최대 전자건강기록 회사 에픽시스템스와 대형 병원 사업자 마요 클리닉은 상호 협력해 개인이 직접 병원과 접촉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원격 진단 및 보다 더 정교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서비스 왓슨을 발표한 IBM 역시 헬스 인포매틱스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은 의료영상 분석기업, 의료 분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등을 연속으로 인수하며 약 10억명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방대한 의료 데이터 분석은 개인별 맞춤형 의료진단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도입과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연방 차원에서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법률 분석 서비스회사 피스컬노트에 의하면 이번 국회 회기에만 헬스 인포매틱스 관련 법안이 989개 발의됐고 그 가운데 726개 법안이 연방정부에 의해 발의됐다. 정보기술 중심의 보건의료혁신을 위해 도입한 `Federal Health IT Strategic Plan 2011-2015`, `Federal Health IT Strategic Plan 2015-2020` 계획안은 전자의무기록 공유 촉진 및 보건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를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헬스 인포매틱스 산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13년 FDA 허가 대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모바일 의료 애플리케이션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어 2015년에는 웰니스 가이드라인, 의료 보조기기 가이드라인, 의료기기데이터시스템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약 1400개 의료센터의 의료 IT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8700만달러를 보조금을 책정하는 등 ICT를 활용한 보건의료체계 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헬스 인포매틱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헬스 인포매틱스는 그 동안 교실에서 배우던 기존 의료임상 지식과는 다르다. 헬스케어 빅데이터와 헬스정보기술(HIT) 등을 융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뛰어난 IT인력과 의료인력 협업이 활성화된다면 우리나라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대용·권솔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