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60억 투입된 미래부 `스마트IT융합연구단` 합작회사 DAI 해체 위기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부터 60억여원을 투입한 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CISS) 조인트 벤처기업 듀얼어퍼처인터내셔널(DAI)이 참여자 간 갈등으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합작기업이 결별까지 통보했다.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에도 미래부 담당자가 수차례 교체되고 연구단을 감독할 담당과가 원천기술과에서 기초연구진흥과로 바뀌면서 주무 부처는 관리 허점을 드러냈다.

DAI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듀얼어퍼처(DA)와 미래부 CISS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정부가 초기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DA가 마케팅을 맡으며, CISS가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DA는 사진 촬영만으로 피사체의 위치 정보 등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 `듀얼 어퍼처(DA) 특허`를 보유했다. 특허를 기본으로 경종민 CISS 단장(KAIST 교수) 연구단은 `4컬러 이미지 센서` 기반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이 센서를 이용해 3차원 이미징 관련 다기능, 저전력, 저가 스마트 센서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합작회사 DAI는 이 기술을 인정받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SK텔레콤에서 총 75억원을 투자받았다. 미래부는 2014년 12월 이를 대규모로 홍보했다.

그러나 CISS 연구단이 올해 초부터 DA와 합의 없이 기존에 도입키로 한 `DFD(Depth Camera using Dual Focused Images)` 기술을 `OA(Offset Aperture)`로 변경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DFD와 OA는 모두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DFD는 카메라 두 대로 사물을 찍어 위상 차이로 깊이를 측정한다. 근거리와 원거리 초점 이미지 간 블러(blur) 차이를 이용한 뎁스(Depth) 추출 기술이다. OA는 분리된 RGB 조리개와 IR 조리개에서 얻은 채널 간 차이인 디스패리티(disparity) 값에서 깊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DFD가 블러를 이용한다면 OA는 시차를 이용한다.

DA 관계자는 “연구단이 기업이 원하는 DFD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연구 방향을 마음대로 OA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연구단이 독자 개발한 OA를 쓰려면 합작회사인 DAI의 주식을 더 내놓으라는 보상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사에 DFD 방식의 제품 개발을 함께하기로 했지만 연구단의 독단으로 손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경종민 CISS 단장은 “DFD를 1년 반 동안 개발해 왔고 업그레이드도 했지만 기술상 한계가 있어 OA로 바꿨다”면서 “DFD는 기술 본질상의 한계가 있고,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 아이디어인 OA라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DFD보다 속도가 10배 빠르고 칩의 복잡도가 4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DA와 DFD 기술로 칩을 만들어 투자 받고 사업을 진행하던 eWBM 등은 올 4월에도 미래부를 방문, 연구개발(R&D)이 변경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견 조율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그 사이 담당 사무관이 수차례 바뀌고 연구단을 감독하던 `담당과`까지 변경되면서 현재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는 형편이다.

미래부 기초연구진흥과 관계자는 “업무 인수인계를 할 때 이 문제는 전달받지 않았다. 연구사업단은 자율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주주총회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DA는 연구단과 결별하고 독자 길을 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DA 관계자는 “CISS가 어떻게 지연을 하더라도 곧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면서 “협력업체인 eWBM도 주요 고객인 어빌리티에서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여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