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고발했다.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일부를 고의로 누락하고 허위로 제출한 혐의다. 창업주를 포함해 총수 일가가 잇따라 기소 위기에 처한 롯데는 사상 초유 경영공백 사태가 우려된다.
공정위는 롯데 동일인(총수)인 신 총괄회장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21일 검찰에 고발했다.
롯데는 2012~2015년 기간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유니플렉스, 유기개발, 유원실업, 유기인터내셔널 자료를 누락했다. 롯데는 4개 회사를 계열사로도 편입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유니플렉스 등 4개 회사의 2대 주주가 신 총괄회장의 딸 신유미씨라고 설명했다. 2010년과 2011년 신 총괄회장이 직접 유니플렉스, 유기개발에 통상적 범위를 초과해 거액의 자금(유니플렉스 200억원, 유기개발 202억원)을 직접 대여하는 등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 점을 고려하면 계열사가 맞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2015년 유니플렉스, 유기개발 대표이사 면접에 롯데 고위임원과 신유미씨가 참여하고 이후 신유미씨가 임원으로 취임해 업무보고를 직접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했다.
롯데는 또 광윤사 등 16개 해외계열사가 소유한 국내 11개 소속회사 지분을 `동일인관련자`가 아닌 `기타주주`로 허위 기재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16개 해외계열사 가운데 로베스트AG가 보유한 롯데정보통신 주식(10.5%, 2004년부터 보유)과 롯데물산 주식(6.9%, 1990년부터 보유)은 신 총괄회장이 신탁한 것으로, 결국 신 총괄회장 소유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롯데는 기타 지정 자료 중 친족 현황에서 일부 친족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허위 제출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유니플렉스 등 4개 회사에 거액의 자금을 대여한 사실 등을 신 총괄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게 최대 1억원 벌금을 구형할 수 있다. 제재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허위 제출시 총수에게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롯데법`이 발의됐다. 공정위는 “제도 개선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호텔롯데 등 롯데 소속 11개 회사가 기업집단 현황 공시, 비상장사 공시에서 16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관련자`가 아닌 `기타주주`로 허위 표기한데 대해 5억7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롯데 소속 11개 회사의 주식소유 현황 허위신고는 경고조치 했다.
공정위가 롯데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을 고발하며 롯데는 초유의 경영공백 위기에 봉착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21일 귀가했다. 이번 주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미 신 총괄회장도 비자금 의혹으로 세 차례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0년간 400억원 이상 한국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혐의 등으로 이달 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