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방암과 정신분열증(조현병) 발병과 연관된 단백질 HER2의 이상 발현을 단백질 `Anks1a`로 조절할 수 있는 핵심 구조를 구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타깃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박수철 숙명여대 교수팀은 단백질 Anks1a가 특정 수용체(HER2, EphA2)의 이동을 촉진해 유방암이나 조현병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 Anks1a는 세포질에서 발현하는 단백질로 암세포와 뇌실막세포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암, 조현병, 자폐증 환자에게서 Anks1a의 다양한 돌연변이가 보고된 바 있다.
단백질 생산이나 스테로이드 합성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세포소기관인 소포체에서 발현된 후 수송 소포에 실려 세포막으로 옮겨진 HER2, EphA2 수용체는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암, 뇌발달질환을 일으키는 Ras-Erk-mTOR 신호를 활성화시켜 질병을 유발한다.
조현병은 세계 인구 중 0.3~0.7%에서 나타나는 뇌발달질환 중 하나다. 조현병 환자들은 망상이나 환각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언어와 행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조현병의 발병 원인으로 HER2 유전자 과잉발현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Anks1a의 발현이 결핍된 세포나 동물에서는 HER2, EphA2 수용체가 과잉발현 되더라도 소포체에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 양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밝혔다. HER2의 인간질환 유발 메커니즘에서 Anks1a 기능 변화가 핵심역 할을 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Anks1a 단백질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암과 조현병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인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수철 교수는 “유방암, 조현병 환자에서 관찰되는 HER2의 이상 발현에 Anks1a 단백질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새로운 발견이며, 조현병, 자폐증 등 뇌발달질환에 관한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 13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향후 Anks1a와 HER2, EphA2 수용체 간의 상호 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