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자동차 시장 진출 의지 노골화…맥라렌 인수협상

호시탐탐 자동차 시장 진출을 노려온 애플의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 의지가 구체화됐다. 슈퍼카로 유명한 영국 맥라렌(McLaren)과 미 전기 오토바이 스타트업 리트(Lit) 모터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업체 도움을 받아 삐걱거리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개발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맥라렌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려는 협상을 수개월째 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맥라렌이 보유한 기술과 엔지니어링 능력, 지식재산권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맥라렌 스포츠카
맥라렌 스포츠카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지난 2014년부터 `타이탄(Titan)`이라는 프로젝트로 관련 인력 수백명을 투입해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일부 인력은 아이폰팀에서 데려왔으며,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자동차 업체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력 수십명을 줄이는 등 자동차 관련 개발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최근 인력 감축은 타이탄 프로젝트 새 사령탑인 밥 맨스필드가 주도했다. 밥 맨스필드는 타이탄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올해 초 개인적 사유로 회사를 떠난 뒤 지난 7월 후임자로 부임했다. 인력감축은 애플이 기술 개발 속도가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자 관련 프로젝트를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이번 맥라렌 인수 추진도 첨단차 개발의 일부 전략 수정으로 보인다. 내부 역량으로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대신 자동차 전문업체를 인수해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맥라렌 기업가치는 10억(약 1조4367억원)~15억파운드(2조155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654대 슈퍼카를 판매했고 매출은 4억5000만파운드(약 6465억원)였다.

맥라렌 인수 협상이 성사되면 2014년 음향기기 제조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 이후 애플의 최대 인수 사례가 된다. 애플은 비츠를 30억달러에 인수했다. 애플은 맥라렌 인수와 관련 언급을 피했고, 맥라렌은 성명에서 “애플과 어떤 잠재적인 투자도 논의 중이지 않다”며 협상설을 부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미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인 리트(Lit) 모터스 인수협상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트 모터스는 전기 오토바이 개발업체로 2012년 전기 오토바이 C-1을 공개했으며 2만4000달러에 판매할 예정이었다. 이 오토바이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며 자이로스코프를 채택해 서 있을 때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지난해 다니엘 김 최고경영자(CEO)가 교통사고로 6개월 간 병원신세를 지면서 출시가 늦춰졌다. 애플은 이미 리트 모터스 직원 여러명을 스카우트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