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 대통령의 `달리기`

애창곡은 평소 즐겨 부르거나 듣는 노래다. 저마다 복잡 미묘한 사연으로 애창곡이 있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쁨을 배로 하거나 그리움을 달래거나, 때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3년반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장·차관 워크숍 모습<출처:청와대>
3년반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장·차관 워크숍 모습<출처: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여느 회의 때와는 다르게 평소 즐겨듣는 노래 두 곡을 소개했다. 가수 윤상이 부른 `달리기`와 러브홀릭이 불러 많은 사랑을 받은 `버터플라이`다. 달리기 노랫말은 힘들어도 중간에 멈춰 설 수 없다는 내용이, 버터플라이는 감춰진 날개로 역량을 활짝 펴 날아오르자는 뜻이 담겼다.

애창곡으로 말문을 연 것은 최근 박 대통령 본인의 복잡한 속내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요즘처럼 어수선한 날들이 이어진 때가 없었다.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지난 4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왔고, 이제 나비처럼 활짝 날개를 펴야 하는데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엉킨 실타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도덕성 논란으로 시작됐다.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 북한의 지속된 핵 실험에 이어 한진해운 사태, 경주 지진, 그리고 김재수 농림부 장관의 해임안 가결까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여러 국가적 현안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까지 겹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철옹성 같은 둑에 작은 개미구멍이 여기저기 생겼다. 이쪽 둑 터져 막아내는 데 정신없이 바쁜데 저쪽 둑이 무너지고 있다. 국정 과제 수행에 혼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건 타박이다. 이제 구멍을 막아낼 재간도 없어 보인다.

우 수석에 이어 김 장관은 정국 혼란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혹 하나를 더 붙였다. 우 수석과 김 장관의 잔류가 남은 임기 동안 국정에 얼마나, 어떤 도움이 될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얽힐 대로 얽힌 실타래는 끊어버리는 게 답이다. 종착점 앞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일군 구조개혁과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 국정 과제의 유종의 미를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 야당이 발목 잡아서, 국민 이해가 부족해서라는 변명은 공허하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운동화에 뭔가가 들어와 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결승점 앞에서라도 훌훌 털고 다시 끈을 조여 매면 완주할 수 있다. 1년 남짓한 기간에도 충분히 `업(業)`을 쌓을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