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지원연, 물질 녹는점·끓는점 파장으로 조절

방준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방준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방준혁 박사팀이 레이저 파장을 조절해 반도체 물질에 `저온 비열적 상전이` 현상을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물이 얼음이나 수증기로 변하는 `상전이`(相轉移) 현상은 고유의 정해진 온도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상태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저온 비열적 상전이`라고 이른다. 원자와 전자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지만 전자의 `동역학 특성`과 그들이 원자 결합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이 없어서 정밀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방 박사팀은 전자·원자의 동역학 특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을 개발, 레이저 파장을 짧게 해 전자 에너지를 높이는 것이 저온 비열적 상전이 현상의 중요 요소임을 밝혀냈다.

그동안 레이저 세기를 강하게 해 많은 에너지를 품은 전자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로 개별 전자 에너지를 높이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배열이 규칙적인 결정질에 짧은 파장 빛을 쏘이면 불규칙적인 비결정질 구조로 변한다.
원자배열이 규칙적인 결정질에 짧은 파장 빛을 쏘이면 불규칙적인 비결정질 구조로 변한다.

연구팀은 반도체 메모리 소자 `저마늄안티모니테로라이드(Ge2Sb2Te5)`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섭씨 300~40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600도 수준의 상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에 가해지는 열과 회로 스트레스를 줄여 반도체 소자 안정성 확보와 함께 소재 공정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번 연구는 미국 렌셀러폴리테크닉대(RPI) 생바이 장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지난 16일 물리학 분야 유명 저널인 `피지컬 레터`에 실렸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