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꺼진 불도 다시 보자

[기고]꺼진 불도 다시 보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 저성장 기조는 연일 언론과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2%대 성장을 이어 오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에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투자은행 HSBC는 우리나라가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8%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 또한 한국의 GDP 성장률을 내년 1분기 1.8%, 2분기 1.7%로 내다봤다.

계속되는 저성장 기조에서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산업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목소리다. `중진국 함정`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 샤오미, 알리바바 등 중국 ICT 기업들은 `중국산` 편견을 깨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 주며 우리나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하려면 수출 주력 분야인 ICT 산업의 성장은 필수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는 이에게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 끝에 기회를 찾는 이에게는 돌파구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비즈니스 기회는 `시장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특히 내수시장 포화 상태에서 중소 ICT 기업은 해외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기술력이 성장했고, 소프트웨어(SW) 등 특정 분야에선 오히려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이러한 시장을 중소 ICT 기업이 단독으로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 국내 중소 ICT 기업에는 매력이 충분한 시장이다. 동남아 지역은 아시아라는 문화의 동질성으로 말미암아 접근하기가 다소 쉬우며, 2000년대 이후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에 힘입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가 호응을 받고 있는 시장이다.

또 총 인구 6억명의 거대 시장으로, 수요 창출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잠자고 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선 실력이 검증됐지만 소홀히 대해 온 우리 기술을 되돌아보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5G로 넘어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미 꺼진 불`과 같던 4G 시장이 동남아 시장에서 이제 막 개화하고 있다. 즉 동남아 시장 수요자 입장에서 4G 기술은 절실히 공급받고 싶은 매력 만점의 기술일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 중소 ICT 기업이 그동안 축적해 온 4G 기술력과 서비스를 동남아 현지 시장의 환경과 결합시켜 가치를 재부여한다면 동남아 지역이 기회의 땅으로 바뀔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이러한 가능성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개최한 `커넥트W`에서 찾아볼 수 있다. 커넥트W는 KAIT가 동남아 지역 해외 통신사업자와 쌓아 온 파트너십과 네트워크를 활용, 각 시장의 개별 수요를 파악해 국내외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비즈니스 미팅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두 번째 행사를 진행하면서 동남아 각국의 빨라진 통신 환경에 맞는 교통 인프라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물론 스마트홈 및 규모가 큰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서비스, 여기서 파생되는 데이터의 분석 및 보안 등 솔루션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해외 진출에서 새롭고 높은 기술력만이 우리나라 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것이 그들에겐 새로운 것으로 다가가고, 개별 시장의 특징에 따라 국내에선 나타날 수 없는 시장이 발견되기도 한다.

환경과 문화가 다른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또는 시장의 개별 및 특별한 성격을 띠는 수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신뢰성 높고 상시 사용이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이 꼭 필요하다. KAIT는 앞으로도 이러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견고히 구축하고, 커넥트W 같은 `B2B프로젝트`를 가동해 우리 국내외 기업의 비즈니스 매칭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외 시장에 앞으로 용기 있게 진출할 중소 ICT 기업이 늘길 바란다.

정용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chyh@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