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동남아에 이은 글로벌 진출 목표지로 유럽을 꼽았다. 1억유로를 유럽 스타트업에 간접 투자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한다.
이 의장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렐리아캐피탈 `K-펀드1` 출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의장은 “라인이 성장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여러 사업을 하게 된 것은 성과”라면서도 “기업은 계속 변화해야 하는 것이어서 다음 도전할 곳이 어딘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또 다른 해외 시장에 나가 성공을 이루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 위해 계속 해외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코렐리아캐피탈을 통한 유럽 투자가 전략적 측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함께 각각 5000만유로씩 총 1억유로(약 1200억원)를 코렐리아캐피탈이 만든 K-펀드1에 출자한다. 코렐리아캐피탈은 플뢰르 펠르렝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가 설립한 신규 유럽 투자 펀드다. 네이버와 라인이 첫 파트너가 됐다.
유럽은 전체 인구 8억3800만명 가운데 약 73%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소셜미디어 활성 사용 계정 수는 4억개에 달한다.
유럽 인터넷 시장은 미국계 글로벌 기업이 장악했다. 구글의 유럽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세금 문제로 구글 등에 대한 반감이 높아 네이버와 라인 같은 대안 사업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행사에 참석한 펠르렝 코렐리아 대표는 “일부 기업이 인터넷 세상을 점유해선 안된다”면서 “플레이어가 많고 경쟁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가치를 창출했다면 그 국가에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할 일”이라며 구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의장은 “투자 수익만 원했다면 기존 펀드에 투자했을 것”이라며 “코렐리아는 단순 투자를 넘어서는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렐리아가 네이버와 라인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다리가 될 것”이라며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사업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업에 관한 고충도 토로했다. 이 의장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독점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해외 사업 때문에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라인은 코렐리아를 통해 유럽 신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1억유로 가운데 30%는 다른 벤처펀드에, 나머지는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다. 펠르랭 대표는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딥러닝,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면서 “네이버와 라인이 가진 노하우를 활용해 아시아와 유럽 디지털경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