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설비 혁신·고부가화·연구개발에 초점…정부, 경쟁력 강화방안 확정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서 세번째)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서 세번째)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맞은 철강, 석유화학 사업재편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 혁신 및 서비스 사업화 △고부가 품목 중심 사업 전환 △연구개발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철강은 2023년까지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공법 고로 개발이 추진된다. 석유화학은 납사분해설비(NCC) 원가경쟁력 강화와 함께 서비스 사업화에 나선다. 품목별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철강 후판, 강관이나 석유화학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분야에서 인수합병(M&A)과 설비 감축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연구개발(R&D), 인력양성, 금융·세제 등 정책 지원을 집중한다. 또 현재 매출액 대비 2% 수준인 석유화학 업종 R&D 투자 비중을 2025년까지 5%까지 높여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선다.

정부는 3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철강·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방안은 업계 자율로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정부 합동 방침에 따른 것이다.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서둘러 사업재편에 나서야 한다`는 정부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철강,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향후 5~10년을 내다보며 나아가야할 밑그림을 바탕으로 민관이 협력해 추진할 비전과 대책을 담았다”라며 “선제적 사업재편과 R&D, 인력 양성, 금융·세제지원, 수출 시장 개척 등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업계와 함께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철강과 석유화학 범용 소재 분야는 첨단화와 고부가가치화로 대응한다.

고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고 수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친환경 및 첨단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수소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15%까지 감축하는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2023년까지 민관 공동 기술 개발 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판재류는 경쟁력이 있지만, 차량 경량화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다. 기존 업체 간 인수합병(M&A)과 신규 투자로 제품 고부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NCC에 대해서는 운영 효율을 강화하고, 원료비를 절감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급과잉 품목인 합성고무와 폴리염화비닐(PVC)도 추가 증설 없이 고부가제품 전환을 유도한다.

정부는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공급과잉인 분야는 과감하게 사업재편을 할 수 있게 유도하기로 했다. 선박용으로 주로 쓰이는 후판, 자원개발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강관, 페트병 원료인 TPA, 장난감용 저가 플라스틱 소재인 PS 등이 대상이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석유화학의 경우, 지금은 유가가 낮아 괜찮다고 해도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어 대비해야 한다”라며 "“판도 선박 수주 잔량이 있어서 지금은 판매처가 있지만 언제까지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에 나설 경우, 기업활력법 지원 등을 통해 과잉설비가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 두 산업이 고부가 소재를 조기에 개발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R&D와 인력양성 지원에 박차를 가한다. 현재 2% 수준에 불과한 화학 R&D 비중은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5%대로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충남 대산 지역에 석유화학과 정밀화학업체가 집적화된 특화단지를 개발하고, 산업단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도 실장은 “공급과잉 제품 감축과 사업재편을 포함한 단기적인 대책은 1~2년에 완료하고, 연구개발 등 경쟁 우위 분야를 강화하는 등 중장기 대책은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 산업은 업계가 진행 중인 외부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방안에서는 빠졌다. 정부는 컨설팅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조속히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5대 핵심 전략]

△친환경 및 IT화를 통한 설비 경쟁력 강화

△경쟁 우위 품목 M&A, 투자 확대를 통한 고부가화 유도

△경쟁 열위, 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 지원

△고부가 철강재 및 경량소재 등 조기 개발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과 부적합 철강재 유통 방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5대 핵심 전략]

△현행 NCC 설비 글로벌 경쟁력 유지와 O&M 서비스사업화 지원

△경쟁 열위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 지원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한 첨단정밀화학산업 육성

△고부가 정밀화학산업 성장을 위한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

△사고,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석유화학단지 조성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