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으로 카드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한·KB·현대카드는 웃고,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울상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더치페이 결제가 늘면서 정액제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만 밴수수료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 정액제는 결제 건당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정액제를 적용하면 1000원짜리 결제 1건이나 100만원짜리 결제 1건 모두 동일한 수수료를 밴(VAN)사에게 지급한다. 카드사가 가맹점으로 부터 받는 수수료 중 10%가량을 밴사에게 수수료로 지급하게 된다.
더치페이가 확산될 경우 정액제를 고수하고 있는 카드사는 그만큼 밴사에게 수수료를 더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정률제로 전환한 카드사의 경우, 승인 건수 기준이 아닌 결제 금액 단위로 수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정액제를 시행 중인 곳은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두 곳 뿐이다. 다른 카드사는 이미 정률제로 전환했거나 올 연말 기점으로 정률제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면 결제 건수가 늘어나게 되고 과거 한 번만 밴수수료를 낼 것을 3~4번에 걸쳐 수수료를 내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총액 기준으로 엄청난 금액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정률제로 전환한 카드사에 비해 밴사 지급수수료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한, KB국민, 현대 등 정률제로 전환한 카드사는 안도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밴수수료가 일부분 늘어날 수 있지만, 총량으로 따지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률제 전환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더치페이 확산이 밴수수료 정책에 미치는 영향 판단은 아직 이른 만큼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