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차세대 10나노 `스냅드래곤 830`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위탁 생산을 전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팀에 맡겼다. 내년 출시 예정인 삼성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8(가칭)`에 스냅드래곤 830 절반 탑재를 위탁 생산 물량을 몰아주는 조건으로 내걸었다. 삼성도 이를 승낙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부터 이 같은 내용으로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겨 온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은 이르면 올 연말부터 10나노 스냅드래곤 830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퀄컴은 전작 820 때와 마찬가지로 830 제품 생산을 전량 삼성전자에 맡겼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퀄컴은 지난해 갤럭시S6에 AP 공급이 배제된 이후 연간 실적이 역성장하고 한국 내 설계 지원 엔지니어도 다수 구조조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올해 갤S7부터 칩 공급이 재개된 이유는 AP 사용 조건으로 14나노 스냅드래곤 820 생산 물량을 삼성에 몰아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나노 스냅드래곤 830 역시 동일 조건으로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갤럭시S8에도 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가 절반씩 탑재된다.
퀄컴이 이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퀄컴은 삼성전자를 잃으면 매출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갤럭시S6에 칩을 공급하지 못한 퀄컴의 2015 회계연도(2014년 10월~2015년 9월) 매출은 252억8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5%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퀄컴의 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 감소세를 예상한 퀄컴은 지난해 7월 전체 직원의 15%(약 4500명)를 감원하겠다는 특단의 결정도 내렸다.
스마트폰 업체가 AP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도 퀄컴에는 악재다. 애플은 A시리즈 칩을 자체 설계, 아이폰에 탑재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기린 AP를 개발,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샤오미, ZTE도 AP를 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LG전자도 자체 AP 개발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의 관계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퀄컴이 처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과 달리 후공정 패키지는 삼성이 다른 업체에 맡길 가능성이 짙다. 퀄컴은 차세대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스냅드래곤 830에 첫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애플은 비슷한 기술인 TSMC의 InFO(Intgrated Fan Out)를 활용해 아이폰7용 A10을 생산했다. 팬아웃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인쇄회로기판(PCB)이 필요 없다. 전체 생산 원가를 줄이고 입출력(I/O) 포트를 원활하게 늘릴 수 있으며, 전체 패키지 두께 역시 얇아진다.
퀄컴은 우선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로 칩을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oPLP의 양산 수율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경우 앰코나 스태츠칩팩 같은 외주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업체로 물량을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