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 다음 달부터 리콜

홍동곤 환경부교통환경과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폭스바겐 리콜 계획서 검증 착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동곤 환경부교통환경과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폭스바겐 리콜 계획서 검증 착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 12만대가 다음 달부터 순차 리콜(결함시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9월 정부가 한국 유통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첫 확인한 뒤 1년이 지나 이뤄진 늑장 리콜이다. 리콜이 되더라도 정부 계획서 검증에서 미비점이 추가 발견되면 차량교체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지난해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관계자가 아우디 차량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관계자가 아우디 차량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환경부는 6일 폭스바겐이 리콜 선결 조건을 충족시킴에 따라 배출가스 조작 경유차 리콜 서류를 접수하고 검증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1월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서를 배출가스 임의 설정 인정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서류를 환경부에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6월에 반려했다. 8월과 9월 환경부는 폭스바겐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정한 기한 안에 차량에다 임의 설정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폭스바겐이 기한 안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임의 설정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문구를 공문에 명시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기한 안에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음에 따라 자사 차량에 임의 설정을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캘리포니아 대기환경위원회(CARB)도 폭스바겐에 공문을 보내면서 폭스바겐이 임의 설정을 인정한 것으로 명시한 것과 같은 절차다. 미국 정부도 폭스바겐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음에 따라 임의 설정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 다음 달부터 리콜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미국 정부에 임의 설정을 인정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제출한 서류를 환경부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미국 정부에 제출한 리콜서류를 두 차례에 걸쳐 환경부에 가져와 핵심 내용은 복사본으로 제출했으며,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가 열람했다. 폭스바겐이 미국 정부에 제출한 서류에는 경유차에 두 가지 모드의 소프트웨어(SW) 탑재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임의 설정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지난 5일 티구안 1종(2만7000대)의 새로운 리콜 서류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서류에는 결함 원인으로 시간, 거리, 냉각수 온도 등 차량 운행 조건에 따라 두 가지 모드로 작동되는 SW 탑재 사실이 명시됐다. 이는 미국 정부에 제출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배출가스 임의 설정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결함 시정 방법으로는 차량 SW 교체와 엔진으로 들어가는 흡입공기의 흐름을 일정하게 제어하는 부품 `MAF 스크린` 교체 계획이 포함됐다.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은 조작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티구안에 대한 리콜계획서를 우선 제출하고, 티구안 리콜계획 승인 이후 나머지 차량 리콜 서류도 순차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는 6일부터 5∼6주 동안(연장 가능) 티구안 차량 리콜 적정성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주요 검증 내용은 실내 차대동력계와 이동식 배출가스 측정장비(PEMS)로 리콜 전후 배출가스와 연비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검증 종료 후 즉시 리콜을 시작한다 해도 다음 달 중순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법률 자문에서 리콜과 차량 교체 가운데 우선 리콜을 실시하되 리콜로는 차량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차량 교체 명령을 적용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최종으로 리콜만으로는 배출가스 부품 결함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량 교체 명령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폭스바겐 조작 차량 12만6000대가 기준치를 초과, 질소산화물 배출에 따른 사회 비용이 연간 339억원~80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폭스바겐에 부과된 과징금 141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 폭스바겐 미국·EU·한국 리콜 진행 상황 >

[자료:환경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 다음 달부터 리콜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