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시점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보안용 반도체 전자 소자가 개발됐다. 기밀 정보를 담은 칩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자동으로 소멸시키거나 회수할 필요가 없는 의료용 제품 등 다양한 용도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최성진 국민대 교수 연구팀이 정보 보안에 특화해 잔해 없이 스스로 소멸하고 분해되는 보안용 반도체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반도체 전자소자는 탄소나노튜브 기반 전자 소자로, 니트로셀룰로오스 종이 기판 위에 제작하고 간단한 스탬핑 공정으로 제작한 전기히터를 내장했다.
내장된 전기히터에 무선 리모컨으로 전압이나 전류를 가해 열을 발생시키면 폭발성 강한 니트로셀룰로오스 종이 기판이 연소한다. 원하는 시점이나 원하는 시간 안에 순식간에 영구 소멸하면서 완전 분해되도록 한 것이다. 히터에 가하는 전압과 전류의 양 및 시간을 조절하면 소멸, 분해되는 시점과 시간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
니트로셀룰로오스 종이는 일반 셀룰로오스 종이를 황산 및 질산 혼합액에 처리해 만든 종이다. 발화점이 낮고 연소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연소 후 재가 남지 않아 마술종이로 사용된다. 보안용 전자소자 기판으로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연 기판 위에 제작한 전자소자를 용액에 노출시켜 소멸 및 분해시키고 사라지게 만드는, 해외 연구에서 해결하지 못한 소멸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소멸 시간도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단축시켰다.
최 교수는 “기밀 정보를 저장한 보안용 전자소자 분해 및 소멸 시점을 완벽하게 조절한 최초의 연구”라면서 “군사 분야에서 보안이 필요하거나 회수할 필요 없는 폐기물, 수술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 몸 속 의료센서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