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4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자동차(애플 카) 사업이 기로에 섰다. 급기야 애플 경영진은 자동차팀에 “내년 하반기까지 자율주행차 사업 타당성을 입증하고 방향성을 결정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독자적으로 자율주행차를 디자인할 건 지, 아니면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협력할지 등 방향성을 확실히 하라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사업 포기도 있는데, 이 방안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애플은 2014년 `타이탄(Titan)`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 차세대 자동차 사업을 준비해왔다. 일년뒤인 2015년만하더라도 애플 최고운영임원(COO) 제프 윌리엄스가 “자동차야말로 궁극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아니냐”며 타이탄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보였다. 며칠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자동차산업이 거대한 변화 한가운데 서 있다”며 타이탄 프로젝트에 애착을 보였다. 관련 인력 충원도 잇달았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 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8월, 9월 두차례에 걸쳐 타이탄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하드웨어 인력을 수백명 정리했다.
급기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타이탄 프로젝트 팀에게 “내년 하반기까지 운명을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그동안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 소식통에 따르면 2015년 말 타이탄 프로젝트 매니저들간 전기차인지 자율주행차인지 차세대 자동차 방향성을 놓고 `배틀` 수준 격론이 일어났다. 이어 2016년 초에 타이탄 프로젝트 총괄인 스티브 자데스키가 자리를 물러났다. 그는 포드 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초기 아이팟을 디자인한 사람이었다. 자데스키는 자율주행차보다 전기차에 더 방점을 뒀다는 후문이다. 이후 자데스키 지휘권은 그의 보스 댄 리치오에게 넘어갔다. 리치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주요 제품 신제품 론칭을 맡고 있어 타이탄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없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한 소식통은 “믿을 수 없는 리더십 실패였다”고 한탄했다.
결국 4월 애플에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인 맨스필드가 부사장 겸 타이탄 총괄로 왔다. 맨스필드는 부임 한달 뒤인 5월에 애플 강당에 타이탄 프로젝트 담당 인력 수백명을 모아놓고 “프로젝트를 점검한 결과, 전략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테슬라와 경쟁하기 보다 자율주행차쪽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 애플이 전기차 대신 자율주행차에 전념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대대적 인력 감축이 일어났다. 8월과 9월 두 차례 인력 조정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20명과 하드웨어 인력 수백명이 애플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뉴욕타임스는 “타이탄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애플 인력 수백명이 애플을 떠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타이탄에서 소프트웨어 팀을 이끌던 애플 베테랑 매니저 존 라이트(John Wright)도 떠났다. 그의 뒤를 블랙베리 자동차 소프트웨어 `QNX`를 개발한 댄 다지(Dan Dodge)가 맡아 애플 자동차 플랫폼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혼란과 함께 스마트폰보다 훨씬 복잡한 자동차 산업 공급망 문제도 애플 자동차 사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en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