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기업이 산업과 경제를 주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거쳐 중견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화두를 세계에 던진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18일 서울 국회와 한전아트센터에서 두 차례 대담을 갖고 이 같은 메시지를 한국 사회에 전했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3차 산업혁명을 이끈 주요 산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면서 “기존 산업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융합해 발전시키는 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좋은 근간을 갖추고 있다”면서 “대기업이나 재벌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이 재구조조정을 거쳐 중견·강소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바프 회장은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크기가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며 `작지만 빠른 물고기`를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자이언트(거대기업)`가 아닌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슈바프 회장은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올해 46주년을 맞은 다보스포럼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과학기술` 분야 주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빠른 변화 속도` `시스템 혁명` `기술 진보에 따른 입법·규제 시스템 마련` 등을 꼽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상품 혁명이 아닌 시스템 혁명이다. 공급과 유통, 일자리까지 변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는 인재 양성과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변화하는 사회상에 발맞춰 정부와 입법 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슈바프 회장은 “민첩한 정부, 입법기관과 긴밀한 정부가 필요한 시대”라면서 “기술적 진보와 변화를 이해하고 필요할 때마다 입법 과정을 거쳐 규제 틀을 만드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규제가 복잡했다면 빅데이터 같은 분야에서 지금의 혁신 기술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규제가 더 까다롭다면 제약과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보스포럼은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4차 산업혁명 센터를 설립했다. 세계 정부와 의회, 기업, 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SW) 교육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탐구와 탐험을 배워야 한다”면서 “시스템을 가르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깨닫도록 해야 창의력을 확보한다”고 조언했다. 슈바프 회장은 “SW와 코딩 교육이 핵심”이라면서 “SW와 코딩에 역량이 탁월한 국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경쟁력에도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하는 핵심어로 교육과 함께 `시스템 리더십`과 `플랫폼 관리`를 들었다.
슈바프 회장은 “칸막이식 사고를 지양하고 시스템 전체를 한 번에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스템 사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슈바프 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공동대표 송희경·박경미·신용현) 주최로 열린 대담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정재승 KAIST 교수가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공동취재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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