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 글로벌 금융사가 앞다퉈 생체인증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속속 접목한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자 금융사기 범죄도 지능화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체인증을 선택했다. 머지 않아 생체인증 기술이 금융 본인인증의 강력한 표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를 비롯해 유럽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생체인증을 실제 금융 거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문과 홍채인식을 비롯해 최근에는 얼굴 인식, 복합 생체 기법까지 도입됐다.
마스터카드는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바일 결제할 때 `얼굴 인식` 기술과 `지문 인식`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아이덴티티 체크(Identity Check)` 서비스를 지난달 상용화했다.
온라인 거래시 셀카나 지문을 스마트폰 앱에 인증한 뒤 결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데스크톱이나 랩탑에서 결제할 때에도 스마트폰 인증요청 확인 문자를 전송해 생체인증으로 최종 결제 승인이 나도록 결제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유럽 은행도 경쟁적으로 생체인증을 통한 금융거래를 시작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문과 음성인식 기술을 통한 새로운 본인인증 기술을 개발해 곧 서비스한다. 전화를 통한 음성인식과 지문인식 만으로도 은행 서비스를 대부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부터는 지점을 찾기 어려운 고객 대상으로 `비디오 뱅킹`서비스를 선보였다.
베를린 소재 N26은행은 생체인증 기술을 결제 서비스에 접목했다. 이 은행은 최근 아이폰 시리를 이용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문장으로 음성 명령을 내리면 계좌이체 거래가 가능하다. 영국 아톰뱅크와 몬조은행도 시리를 통한 결제 서비스 개발에 돌입했다.
생체인증이 부상한 데에는 스마트폰 대중화가 주효했지만 기존 생체인증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방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자체를 복사할 수 없고 ID카드나 보안키 등 분실 우려가 있는 매체보다 강력한 보안성을 제공한다. 최근 실물카드 복제가 어려워지자 온라인 결제 사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영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300만건 금융거래사기 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에서 터졌다.
금융사기 수법이 온라인화되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각국 IT기업과 금융권이 생체인증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최근에는 생체인증 기술개발과 표준화도 IT업계와 금융권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파이도(FIDO)얼라이언스의 레보노, 인텔, 페이팔은 시냅틱스와 협력해 온라인 결제를 위한 지문인증 기술 표준 개발에 돌입했다.
생체인증 기반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삼성페이처럼 독자 규격이 아닌 공통 기술표준을 개발하자는 취지다. 아멕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구글, 삼성전자, 퀄컴 등도 참여한다.
레노보는 기술표준에 맞춘 지문인식 솔루션을 자사 전 제품에 탑재하고 인텔은 파이도 얼라이언스 기술표준에 맞춘 프로세서 개발과 생산에 돌입했다. 시냅틱스는 암호화 기술을 개발하는데 합의했다.
금융 인증에 대한 소비자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비자카드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4세 고객 가운데 25%는 현재 거래 은행이 음성, 얼굴, 지문인식 등 생체인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주거래은행을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김도형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이스피싱, 인터넷 파밍 등 금융사기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는 추세로 생체인증을 통한 본인인증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 금융시장에도 지문인식, 음성인식 등 생체인증 서비스를 조속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