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 곳이라면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기술 싸움`을 예고했다.
이 의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6`에 참석했다. 이 의장이 데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8년 1회 행사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20일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참석한 첫 공식행사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내년 3월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할 예정이다. 곧 프랑스를 거점으로 유럽 활동을 시작한다.
이 의장은 송창현 최고기술경영자(CTO) 기조연설에 앞서 연단에 올랐다. 그는 “네이버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사여서 참석했다”고 인사하고 나서 세계 인터넷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전했다.
이 의장은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 곳이어서 구글, 페이스북 등 전 세계 기업과 경쟁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네이버와 라인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사업을 전개했고, 많은 인재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했다”면서 “이런 것을 뒷받침하는 근본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그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가 더 힘을 얻었다면 앞으로는 로보틱스, 데이터분석 등 `기술 싸움`으로 바뀔 것”이라며 앞으로 인터넷산업 경쟁력은 아이디어보다 기술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장은 “좋은 기술이 있으면 태스크포스(TF), 사내회사(CIC), 외부 독립법인 등 체계를 만들 것”이라며 네이버가 기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연구개발(R&D)을 시도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 의장 말대로 이날 네이버는 AI,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R&D 조직을 전담하는 독립법인을 내년에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형태도 바뀐다. 이 의장은 “기존의 외부 투자가 단순한 창업 투자였다면 이제는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만드는 형태로 할 것”이라면서 “유망 스타트업과 많이 만나 투자하는 형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라인의 상장으로 기술과 해외투자 자금을 확보했듯 자신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 의장은 “데뷰 같은 행사를 통해 좋은 기술자와 기술 스타트업이 나오면 좋겠다”면서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인사말을 마친 후 최근 경영진 교체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의장의 데뷰 참석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발자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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