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 기업 한국지사에 구조조정 태풍이 불고 있다.
근래 활발하게 이뤄진 글로벌 반도체 업체간 인수합병(M&A) 혹은 실적 부진 탓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진출한 외국계 반도체 업체의 대표이사 다수가 회사를 그만뒀다. 황연호 프리스케일코리아 전 대표는 NXP코리아에 흡수합병 된 이후 회사를 떠났다. 프리스케일은 차량 반도체 전문 업체로 올해 초 NXP에 흡수가 완료됐다. 전고영 브로드컴코리아 전 대표 역시 본사가 아바고에 흡수합병되자 회사를 그만뒀다. 브로드컴은 무선랜 칩 업체다. 스마트폰 안테나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아바고가 올해 흡수 작업을 끝냈다. 커네틱티비칩 전문업체 CSR코리아의 유원영 지사장은 본사가 퀄컴에 인수되면서 직을 잃었다.
통상 M&A 이후에는 중복 사업, 관련 인력이 구조조정 된다. 국내 진출한 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실적을 책임지는 영업직을 제외하면 기술 엔지니어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적 부진으로 회사를 그만 둔 사례도 있다.
켄트 전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코리아 대표는 지난 8월 말 회사를 그만뒀다. TI코리아 대표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당분간 본사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이 한국법인 대표직을 겸임한다. 업계에선 TI코리아 매출 급감이 이 같은 인사의 이유인 것으로 추정했다.
김현식 맥심인티그레이티드코리아 사장도 이달까지만 근무한 후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김 사장은 맥심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맥심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전력관리 칩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M&A, 국내 매출 축소로 외국계 반도체 업계가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한국지사가 쪼그라드는 것은 그 만큼 국내 전자산업 생태계가 침체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근래 외국계 반도체사의 지사장을 뽑는다는 공고가 나면 지원 경쟁률이 상당히 높은데, 글로벌 기업의 M&A가 계속되면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계 반도체 업체에 근무하다 자리를 잃은 엔지니어들 역시 갈 곳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자리 이동도 많다. 싸이프레스코리아, 시냅틱스코리아 지사장을 맡았던 임영도 씨는 최근 NXP코리아 전무로 이직 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시냅틱스코리아 지사장 자리에는 TI코리아, 온세미컨덕터 국내 대표를 역임한 김재진 씨가 맡았다. TI에 인수되기 전 까지 내셔널세미컨덕터코리아 지사장을 맡았던 최충원 씨는 싸이프레스코리아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