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맹수, 자유롭게 풀어둘 것인가···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 大논쟁

`맹수를 자유롭게 풀어둘 것인가.` 요금인가제 폐지와 경쟁상황평가 제도 개선이 핵심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뒤에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자유롭게 풀어줄 것인가, 고삐를 죌 것인가 논쟁이 숨어 있다. 개정안이 어느 쪽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규제 패러다임 대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맹수를 자유롭게 풀어둘 것인가.` 요금인가제 폐지와 경쟁상황평가 제도 개선이 핵심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뒤에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자유롭게 풀어줄 것인가, 고삐를 죌 것인가 논쟁이 숨어 있다. 개정안이 어느 쪽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규제 패러다임 대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통신 `규제 패러다임` 대논쟁이 시작됐다. 국회가 통신산업 규제 근간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요금인가제 폐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 재정의 등 민감한 주제가 담겼다. 이동통신 부문의 대립이 극심하다. 요금인가제는 25년 전 도입 이후 정부가 규제 완화를 위해 폐지를 추진한다는 점,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각종 비대칭 규제 핵심이라는 점에서 각각 통신시장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찬성과 반대로 갈려 치열한 논리 다툼을 예고했다.

◇미래부 “요금인가제 폐지·경쟁상황평가 제도 개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요금인가제 폐지 △경쟁상황평가 제도 개선이다.

미래부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위 사업자(무선 SK텔레콤·유선 KT)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미래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개정안에서는 신고만으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 요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신고 접수 후 15일 이내에 반려할 수 있다. 유보신고제로 불리는 이유다.

15일이 지나면 자동 효력이 발생한다. 기존의 2개월에서 대폭 줄었다. 전기통신사업자를 규제하는 대표 정책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것이다.

경쟁상황평가 제도도 개선한다. 매년 1회 실시하던 경쟁상황평가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경쟁상황평가 요령을 시행령이 아닌 사업법에 규정했다.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을 규제에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내용은 빠졌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 개정안에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를 추가해야 한다는 쪽이고, SK텔레콤은 이 논쟁 자체를 부정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상품이 100개가 넘는데 이를 출시할 때마다 검토하는 건 비효율”이라면서 “사후에 발생하는 문제를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을 재정의해 사후 규제 효율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KT·LG유플러스 “요금인가제 폐지 안전장치 만들어야”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인가제 폐지에 주목한다. 소매 시장에서 사전 규제를 버리고 1위 사업자를 자유롭게 풀어 주는(사후 규제) `규제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이라는 게 이들 시각이다.

1위 사업자라는 `맹수`를 풀어주되 날카로운 발톱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주장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사후 규제 근거를 정립하자는 것이다.

현 전기통신사업법과 개정안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정의가 없다. 개정안에도 `요금, 이용조건 등을 이용자와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 독립적으로 결정·유지할 수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두 회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이 사업법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데도 이를 정의하지 않는 것은 법의 `명확성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시장지배력 전이` 정의도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지배력 전이는 결합상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지만 역시 정의가 없다.

`가중 처벌` 이야기도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일반 사업자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현 체계가 불공평하다고 강조한다. 지배적 사업자의 위법 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큰 데도 규제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현 사업법에서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하면 기간통신사업자 모두 매출액 100분의 3 이내를 과징금으로 낸다. 과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100분의 3 이하, 일반 100분의 2 이하로 가중 처벌 조항이 있었다.

2015년 경쟁상황평가 보고서 표지
2015년 경쟁상황평가 보고서 표지

◇SK텔레콤 “한국 이동통신 시장, 충분히 경쟁 활성화”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논란이 `시대착오`라고 반박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정의를 신설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토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충분해 특정 사업자가 지배력을 행사할 환경이 못 된다고 주장한다.

번호이동이 근거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LG유플러스는 매년 순증, 163만명을 가져간 반면에 SK텔레콤과 KT는 그만큼 잃었다. 반대 측은 서비스, 유통망, 브랜드 우위가 약화되고 요금과 지원금에 따라 가입자가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SK텔레콤 이동전화 점유율이 하락 추세다. 가입자 점유율은 2003년 54.7%에서 지난해 44.5%(알뜰폰 제외)로 떨어졌다. 알뜰폰을 포함해도 47.4%에 그친다. 매출액 점유율도 2003년 62.8%를 정점으로 지난해 48.2%까지 하락했다. 가입자와 매출액 모두 점유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력이 강화됐다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 “10여년 전 논쟁만 반복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령 지배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행사할 유인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 금지, 결합판매 시 현저한 할인 금지 등 지배력 남용을 막을 장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이동전화 요금을 10% 인상하면 고객 49.9%가 경쟁사로 이동하겠다고 답한 2014년 설문조사 결과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